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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26|바짝 붙어서다|김사인

바짝 붙어서다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빈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 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저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 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싱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서 있을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방 한 구석 힘주어 꼭 짜 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

 

 

30년만의 12월 추위란다. 날씨마저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수상한 시절에 나는 펜 끝에 힘주어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한다. 오히려 엄동설한에 잉크가 얼던 백석(白石:시인)의 시절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땐 나라마저 빼앗긴 시절이었으니 잉크가 얼었다한들 마음에 새기지 못할 이유가 없고, 땅이 얼었다한들 일제와 맞서기 위해 간도까지 걷고 또 걷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정신을 빼앗아 가는 시절, 누가 당신의 몸뚱어리를 영하의 길 밖에 세우고 폐지를 줍게 하는가. 2010년 노인 일자리 예산 190억→2011년 전액 삭감. 노인 요양시설 확충 2010년 447억→2011년 전액 삭감. 사람들아,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