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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35|밀물 여인숙1|최갑수

밀물 여인숙 1

최갑수

 

더 춥다
1월과 2월은
언제나 저녁부터 시작되고
그 언저리
불도 들지 않는 방
외진 몸과 외진 몸 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높은 물이랑이 친다
참 많이도 돌아다녔어요,
집 나선 지 이태째라는 참머리 계집은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며
부서진 손톱으로
달을 새긴다
장판 깊이 박히는 수많은 달
외항을 헤매이는 고동 소리가
아련하게 문턱까지 밀리고
자거라,
깨지 말고 꼭꼭 자거라
불 끄고 설움도 끄고
집도 절도 없는 마음 하나 더
단정히 머리 빗으며
창 밖 어둠을
이마까지 당겨 덮는다

 

 

 

여인숙은 바닷가에 붙어 있었을 것이다. 넓지 않은 바닷가, 오막살이 집 두어 채 샅을 맞댄 채 언 몸을 녹이고 있었으리라. 내가 장항선 기차 타고 바닷물처럼 들락날락거리던 대천(大川) 근처 여인숙이 그랬으니까. 지구는 초속 30킬로미터 속도로 뒤도 안돌아보고 움직인다는데, 나는 왜 여전히 1~2월의 쓸쓸한 여인숙을 꿈에도 그리는 것이냐.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는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한 구절을 아내 몰래 가슴 속에 숨긴다. 그러나 봄꽃이 피기 전 한 번쯤은 집 나간 마음을 들켜도 좋으리.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