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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47 |신앙 |김소월

신앙

김소월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라
무거운 짐에 우는 목숨에는
받아가질 안식을 더 하려고
반드시 힘 있는 도움의 손길이
그대들을 위하여 내밀어지리니.

그러나 길은 다하고 날 저무는가,
애처로운 인생이여
종소리는 배 바삐 흔들리고
애꿎은 조가(弔歌)는 비껴 울 때
머리 수그리며 그대 탄식하리.

그러나 꿇어 앉아 고요히
빌라 힘 있게 경건하게,
그대의 맘 가운데
그대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신을
높이 우러러 경배하라.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멀지 않아 열릴지니
가슴에 품고 있는 명멸(明滅)의 그 등잔을
부드러운 예지(叡智)의 기름으로
채우고 또 채우라.

그리하면 목숨의 봄 둔덕의
살음을 감사하는 높은 가지
잊었던 진리의 몽우리에 잎은 피며
신앙의 불붙는 고운 잔디
그대의 헐벗은 영(靈)을 싸 덮으리.


어째서 김소월인가? 생각해보니, 내가 소월을 떠난 적이 없다. 맨 처음 사랑 고백을 소월의 시를 가져 와 뛰는 가슴에 손을 얹고 했으니, 이루어지진 않았을지라도 어찌 죽을 때까지 첫사랑을 잊을 것인가. 1980년대 중반,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실린 「기도」를 듣고 울었다. 문승현이 소월의 「신앙」이란 시에 곡을 붙인 건데, 그냥 먹먹했다. 종교는 상관없는 일, 구원의 문제는 언제나 내 안의 일이었으므로. 시절이 암울해서였을까, 보컬 박미선의 목소리가 꺼질 듯 말 듯 흔들리는 촛불 같다. 아래 주소 찾아가시면 지난 가을 전주 전동성당 모습과 함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http://voyager2.tistory.com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