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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48|춤추는 언니들, 추는 수밖에|황병승

 

춤추는 언니들, 추는 수밖에

황병승

 

2층 사는 남자가 창문을 부서져라 닫는다, 그것이 잘 만들어졌는지 보려고

여자가 다시 창문을 소리 나게 열어젖힌다, 그것이 잘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으니까

서로를 밀쳐내지 못해 안달을 하면서도 왜 악착같이 붙어사는 걸까,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려고

바퀴벌레 시궁쥐 사마귀 뱀 지렁이 이 친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미움 받고 있는가 알기나 할까,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없어서

아줌마 아저씨들은 ‘야 야 됐어’ 그런다, 조금 더 살았다고

그러면 다리에 난간은 뭐 하러 있나 입을 꾹 다물고 죽은 노인네에게 밥상은 왜 차려주나

그런 게 위안이 되지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빵 주세요 빵 먹고 싶습니다 배고픈 개들이 주춤 주춤 늙어가는 저녁

춤추는 언니들, 추는 수밖에




난삽하고 배부른 정치에 비하면, 시는 얼마나 간결한 것이냐. 시는 또 얼마나 솔직하게 배고픈 것이냐. 적어도 시는 ‘서로를 밀쳐내지 못해 안달을 하면서도 왜 악착같이 붙어’ 사는 것을 고백하니까. 적어도 시인은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사랑을 느낀 적도 없으면서 내가 사랑해 봐서 아는데, 라고 뻥치지 않으니까. 땅, 땅, 땅, 돈, 돈, 돈! 우리 모두가 배고픈 개가 되어 ‘주춤주춤 늙어가는 저녁’을 살고 있구나. 그런데 병승아, ‘바퀴벌레 시궁쥐 사마귀 뱀 지렁이 이 친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미움 받고 있는가 알기나 할까?’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