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림을 주는 시 한 편-50
겨울 이야기
마종기
겨울은 어떻게 오던가.
빈 뜰에 이른 어두움 내리고
빛나던 江물 소리 그치고
그 뺨에는 하얀 성애.
議政府行이었지,
뜻밖에도 눈이 내릴 때
마지막 밤 버스에
흔들리던 요한 啓示錄,
밤새 눈을 맞는
孝婦利川徐氏之墓.
善終하는 老人의 웃음 끝에도
한 줄씩 조용한 눈물.
그 눈물의 速度처럼 아직
겨울은 혼자서 머물고 있다.
6월 모일 인사동 포장마차. 마종기 시인과 함께 둥근 탁자에 서넛이 둘러앉아 한여름 밤에 겨울 이야기를 했다. 1960년대는 겨울만 있었다고. 그때 그는 타의에 의해 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2011년 여름에도 그는 며칠 뒤면 플로리다로 간다고 했다. 21쇄를 찍은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건네는 손가락이 뭉툭하다. 의사의 손은 가늘고 여린 줄 알았던 것은 나의 착각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나이를 먹었다는 징표. 그는 의사다. 의사여서 죽음을 그토록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아버지 마해송의 장례식에도 올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죽음에게 미안했을 것이다. 죽어가는 자의 눈 꼬리를 타고 흐르는 ‘눈물의 속도’, 그것이 우리가 죽을 힘을 다해 주연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란 단편 영화의 플레잉 타임(Playing Time)이다. 그 짧은 순간에, 한 사람이 눈물 한 방울의 무게인 생을 흘려보내며 조용히 눈을 감았을 터인데…….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