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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53|나 비 4|이 안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53

나 비 4

                                            이 안

 

나비는 눈이 어두워
구절초 책에 쓰인 글자 하나하나를
혀로 맛보며 읽습니다

어떤 페이지는
어려운 맛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는
싱겁다 싱겁다 건너뛰기도 하면서

그러다가도 다시 돌아와
싱거운 맛 하나하나에
골똘히 빠져들기도 합니다

볕이 좋은 날은 날개 그늘을 펴고
그 아래서 읽습니다
눈이 더 나빠지면 안 되니까요



윗글에 알맞은 주제는 아니지만,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으로,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온다는 의미로 쓰인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했고, 나중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1930년대의 대공황이 미국의 어느 시골 은행의 부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이것은 나비효과의 한 예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 전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산사태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시, 이번 산사태가 어떤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 작고 사소한 전조(前兆)는 아닐는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