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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55|어머니 생각|이시영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55

 

어머니 생각

                                                       이시영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외출할 때나 출근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손목에 묶인 매듭 풀어드리면

장난감처럼 엎질러진 밥그릇이며 국그릇 앞에서

풀린 손 내미시며 방싯방싯 좋아하시던 어머니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





엄마는, 견딘다. 요즘엔 요양원에 누워 치매와 병고를 견디고, 그 전엔 집 떠난 자식 누구 하나 찾지 않는 시골집 누옥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뎠고, 그 전엔 갑자기 세상 등진 남편의 텅 빈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일만 하며 견뎠고, 그 전엔 요절한 아들 불쌍타 몇 해 밤낮 속으로 울며 견뎠고, 그 전엔 전쟁터에 끌려간 남편 무사하길 기원하며 구구절절 전방에서 날아온 편지를 읽고 또 읽어 견뎠고, 또 그 전엔 매운 시집살이 어린 자식 생글거리는 웃음보며 견뎠고, 그 전엔 집안 열쇠 꿰찬 못된 올케 구박에 시집갈 날만 기다리며 견뎠다던……. 그런데 나는, 그렇게 평생을 가난과 외로움과 죽음을 견디기만 했던 엄마를, 치매가 걸렸다는 이유로, 단 한 달도 견디지 못하고 요양원에 보내버렸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