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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62|술래의 잠|박석수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62

 

             술래의 잠

                                            박석수

1

일곱 살의 골목에는 야도를 찍어내는
두려움이 와아 와아 햇살처럼 쏟아지고
스무 살 이후의 도시는 대패날이 되어 나를 문지르고 있었다.

귓속을 웅웅대는 憂愁의 빛깔을 끌어내
내가 완전한 자유를 깁고 있을 때
내 生涯는 蘭이와 눈 맞추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찾는다 -

幻覺의 다리에 물구나무선 나의 일곱 살
호주머니에서 쏟아지는 천진한 기침을 숨었던 이마들은 辨明하고
나는 자꾸 목이 말랐다.

2

渴症을 뜯는 기억의 바다
더듬거리는 스무 살을 소리치다가 치다가
찢어진 냄새여, 숨찬 야도여.
빌딩 사이에서 彷徨하는
內界의 노오란 잠은
험준한 산맥을 넘어온 밤바람을 만난다.
만나는 손바닥.
握手의 안에서 눈뜨는
가롯 유다의 야도 소리.

스무 살 진한 내 感性의 바다를
햇살처럼 헤엄쳐 가는
물고기의 魂이여,
視野에서 흔들리는 노래여,

(……중략……)

4

5

야도가 飛翔하는 울음 가운데서 뽑은
옥매듭진 스무 살의 잠이여,
핏줄을 타고 흐르는
야도의 녹슨 바람소리여,
自己를 監禁하는 누에의 作業이여,

일곱 살의 골목에는 야도를 찍어내는
두려움이 와아 와아 햇살처럼 쏟아지고
스무 살 이후의 도시는 대패날이 되어
나를 문지르고 있었다.





요절한 생은 사연이 길 수밖에. 47세의 나이로 요절한 박석수. 이태원, 동두천과 함께 분단 이후 기지촌의 상징이 되어버린 평택(송탄) 쑥고개에 살던 시인(소설가). 나 또한 쑥고개 근처에 살며 기지촌 정서를 느끼며 자라긴 했지만, 박석수처럼 온몸으로 시를 밀고 가진 못한다. 앞으로도, 그 누구도 박석수처럼 시를 쓰진 못할 것이다. 어제는 병이 점점 깊어간다는 시인과 통화한 후 취해서 울고 싶어졌다. 어쩌자고 박석수의 시를 꺼내 읽으며 울었던 것일까. 지난한 생이여, ‘자기를 감금하는 누에의 작업이여!’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