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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72|덕담|도종환시인

■ 울림을 주는 시 한 편-71

덕담

                                     도종환시인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 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지난 세밑, 가는 해(年)와 절망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술 한 잔 마셨다. 1년 남았다. 그때까지만 잘 견디자 생각하니 절망에 지친 친구의 투정도 그럭저럭 받아줄만 했다. 절망과 희망, 둘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올 한 해, 4월과 12월 두 번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지옥의 편에 선 두 얼굴의 아수라족들은 교묘하게 절망을 위장시켜 희망이라고 둘러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꿈속까지 쫓아와 불안을 획책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 늑대 소년은 이미 열네 번의 거짓말과 천 개의 거짓 아이템을 다 써 버렸기에, 그 누구도 두 번 다시 똑같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므로.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