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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졸업식, 사랑의 부메랑이 되라

   
▲ 김학규 용인시장
부메랑(boomerang)은 고대인들이 짐승의 사냥, 전투 등에 사용하던 도구다. 우리는 공중으로 던져진 부메랑이 되돌아오는 성질을 이용해 놀이, 스포츠로 즐기기도 하고 각종 사회현상의 은유로도 사용한다.

지금 학교폭력이 대한민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이 현상은 우리 사회, 그리고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함께하는 행복’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메랑 현상에 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2월은 대한민국의 학교들이 일년 중 가장 뜻 깊은 행사인 졸업식을 치르는 달이다. 졸업식은 함께 했던 벗, 정든 교정을 떠나는 깊은 아쉬움과 새로운 세계를 향한 희망이 교차하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며 지난 한 해를 감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우리 대한민국 학교의 2월은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 예방 집중활동기간’이라는 심각한 시절이 되었다. 졸업식장에는 경찰이 배치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학교폭력 자진신고기간이다. 정부는 최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학교폭력과 학생들 간 졸업식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다음에서야 사후 처벌 식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통탄할 일이다.

이런 가운데에서 청소년 스스로 졸업식 계획을 세움으로써 졸업식 문화를 바꾸는 움직임이 전국 각지에서 일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새로운 졸업식 문화가 우리사회에 던져진 사랑의 부메랑이 되어 온갖 폭력의 부메랑을 말끔히 소멸시키는 역할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

용인의 남곡초등학교는 오는 16일 졸업식에 성균관 문화체험을 접목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용인 동백고등학교는 지난 9일 졸업생 전원이 졸업 가운을 착용하고 축하케익이 있는 연회석에 학부모와 함께 착석해 졸업식을 치렀다.

같은 날 용인 수지중학교는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아름다운 졸업식을 열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그동안 후배들에게 물려줄 교복을 300벌 넘게 모아 졸업식에서 모두 전달한 것이다.

의무적으로 검정 교복을 입어야 했던 우리 세대는 졸업식에서 밀가루를 뿌려 해방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검정색 교복이 없어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은 억눌린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입시에서 끝나는 게 아닌 과도한 경쟁사회가 연속 펼쳐져 있으니 그 작은 어깨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졸업식 폭력 현상을 보면 요즘 우리 청소년들이 감정 표출을 너무 무절제하게 하는 게 아닌지, 그리고 남들을 배려해야 하는 기본적인 도덕마저 잊고 있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폭력은 개인의 성향에 관계없이 또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부도덕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5,6,70년대 성장한 사람들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것으로 식사 시간 가족간 대화가 그대로 인성교육으로 이어지는 학습 시간이었다.

함께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중함과 이웃을 향한 배려를 배우며 동시에 험한 삶을 헤쳐 나가는 강건한 의지를 닦는 학습 현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빠의 출근 시간과 자녀의 등교 시간과 귀가 시간 등이 모두 다르다 보니 옛날처럼 ‘밥상머리’ 교육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도 자녀들의 가정교육이 잘 안 되고 학교에서는 잘못을 저질러도 사랑의 매를 드는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각계각층의 각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도한 경쟁사회를 만들어놓은 어른들 모두 각성해야 한다.

친구란 나와 함께 어울리고 함께 성장하며 함께 울고 웃고 소통하는 벗이며 그런 점에서 내가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재산이다. 친구는 내가 이겨야 할 상대가 아니다. 내가 이득을 취해야 하는 상대가 결코 아니다.

공직자도 시민도 우리 청소년들을 대할 때 밥상머리 어른이 되어 벗과 이웃과 함께하는 행복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졸업식 문화처럼 사랑의 부메랑을 던지는 각종 부메랑 놀이를 창조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나가는 것도 참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