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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81|꽃의 탄생|윤의섭

꽃의 탄생

꽃의 탄생
                                                                                     

                                                                               윤의섭

불면이란 밤새 벽을 쌓는 일이다
감금, 꺼지지 않는 가로등처럼 뜬 눈으로 견디는
밤과 새벽 사이의 생매장
길 잃은 바람이 어제의 그 바람이 같은 자리를 배회하고
고양이 울음은 있는 힘을 다해 어둠을 찢는다
이 터널은 출구가 없다

어떤 기다림은 질병이다
간절한 소식은 끝내 오지 않거나 이미 왔다 가버리는 것

그러니 너는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
어떤 묘혈은 땅 속을 흘러 다닌다는데
머리맡에 꽃향기가 묻어 있다
첫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꽃 피는 시절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너는 온다. 와서, 한 시절 웃고 떠들다 흔적도 없이 돌아가는 게 꽃의 생이다. 사람들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뭐 좋은 꼴 보겠다고, 모래알만도 못한 것들이 수만 년 정기 서린 바위를 뚫고 쪼개고 그 난리들인가. 초조하게 밖을 내다보는 꽃봉오리의 심정으로 살아갈 일이다. 조금은 겸손하게, 또 조금은 비밀스럽고 조심스럽게 생을 보낼 일이다. 어느 날 와락, 하고 열리는가 싶더니 벌써 지는가? 아, 꽃 같은 게 인생이다. 아무렴, 꽃 같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