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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대한 예의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22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22





손에 대한 예의





정호승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들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 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 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세상 모든 죄악과 사랑이 손으로부터 비롯되느니, 손은 마음의 집사(執事)이다. 죄 짓는 손이요, 끌어안고 사랑하는 손이며, 떠밀며 거부하는 손이기도 하다. 어린 자식과 늙어 병든 부모의 입 안에 밥숟가락을 넣어주는 것도 또한 그들의 똥을 닦아주는 것도 손이다. 손끝에 장을 찍어 맛을 보고 혈서를 쓸 때는 손끝을 찢어 피를 묻힌다. 사랑을 잡는 것도 사람을 놓치는 것도 손이다. 그러니 어찌 손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손을 들여다보며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다. 머리맡에 손 사용설명서라도 붙여 놓고 자나 깨나 읽어야겠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