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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혹은

울림을 주는 시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3




애월 혹은



서안나



애월(涯月)에선 취한 밤도 문장이다 팽나무 아래서 당신과 백 년 동안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서쪽을 보는 당신의 먼 눈 울음이라는 것 느리게 걸어보는 것 나는 썩은 귀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애월에서 사랑은 비루해진다


애월이라 처음 소리 내어 부른 사람, 물가에 달을 끌어와 젖은 달빛 건져 올리고 소매가 젖었을 것이다 그가 빛나는 이마를 대던 계절은 높고 환했으리라 달빛과 달빛이 겹쳐지는 어금니같이 아려 오는 검은 문장, 애월



나는 물가에 앉아 짐승처럼 달의 문장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애월이 애원으로 들리는 것, 그것은 사람이 사랑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 인간이 이름을 붙인, 그리하여 어느 날 의미를 가진 모든 지명과 나무와 꽃은 제 이름대로 살아간다. 새는 제 이름대로 울고불고. 부여받은 의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의 관찰과 동거를 통해 검증받은 것. 사람만이 제 이름대로 살아가길 원할 뿐이다. 애월(涯月), 물가에 어린 달이로구나. 처음 소리 내어 애월이라 부른 사람의 애원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은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저 혼자 나지막이 불러본 적 있는가. 그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이 왜 입만 떠나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인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