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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

울림을 주는 시

자전

김해준



인형의 가죽을 벗겨 솜을 빼낸다. 사시였던 눈알이 평지에 닿아서야 곧추떠진다. 색 바랜 겨울은 뒤꼍에 쌓여간다.

실밥 뜯는 소리에 빛이 물러간다. 중국인 어머니는 피혁을 벗기던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렵에 누운 아이가 우울을 배우며 한 끔씩 자란다.

등 안에서 죽은 나방의 그림자가 바람을 끌고 창문턱에 어른거린다. 묻혀있던 모든 사물의 살갗에서 각질이 벗겨진다. 육신이 눕고 그림자가 일어서는 야음이다.

입술을 깨물며 뼈로 껴안은 가슴은 메말랐다. 눈 속에 갇힌 물방울만한 초점에 맺혀 풍경을 삭힌다. 눈썹 점이 애벌레의 심장으로 두근거린다. 눈물이 이불에 스며들어 가볍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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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 우리의 불행은 모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당신의 과거 혹은 미래. 나와는 상관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나로부터 비롯된 결과다. 너와 함께 만든 비극이다. 언더그라운드, 그 모든 가난과 비극과 처참은 이제 우리가 살아내야 한다. 전쟁은 밖에서 일어나고 우리는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