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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사람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31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31


고독한 사람


최영철


말수가 뜸한 사람은 윗입술과 아랫입술 교분이 두터운 사람이다 윗입술과 아랫입술 궁합이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이를 아무나 함부로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다 정말이지 어쩔 도리가 없어 잠시라도 멀어지면 심심하고 보고 싶어서 입술이 파리해지는 사람이다 잠시 떨어져 헛바람이 둘 사이를 지나가면 금방 침이 말라 죽을지도 모를 사람이다

게으른 사람은 손발과 팔다리의 취미가 고독인 사람이다 소싯적 취미란에 아무 의심 없이 고독이라고 쓴 적이 있는 사람이다 손발과 팔다리가 제 일에 바빠 조금만 흩어져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람이다 팔다리가 한통속으로 무슨 일을 도모할까 봐 걱정이 태산인 사람이다 보고픈 이도 없고 찾아 나서거나 악수할 이도 하나 없는 사람이다 온 힘을 풀고 손과 발을 허공에 늘어뜨린 채 홀로 묵상하는 척하는 사람이다.





고독은 스스로 얻는 병이다. 생의 저울 위에 올라선 제 무게에 비해 고독은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가볍게 살지 못하는 자들은 삶의 무게 때문에 한없이 가라앉을 뿐이다. 말이 많고 적음이 가볍거나 무거운 것의 기준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고독한 동물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에 관한 지적이다. 진짜 고독은 자기 자신과 마주했을 때, 존재의 부재를 느낄 때 찾아오는 것이다. 하여, 사람들아. 고독한 척하며 살지 말자. 고독한 게 인간의 습성이거늘 거기에 무슨 무게를 더 얹어 짊어질 것인가. 깃털보다도 가벼운 자세를 바람에게 전수받자. 어차피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몸 아닌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