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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35

자매



백은선


색색의 조명등이 나에게 여러 개의 그림자를 달아준다

우리 자매는 몇 가지 놀이를 가지고 있다
어떤 날엔 촛농 같은 쿠키를 집어 먹으며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한다

맹세를 할 때는 맹세만을 생각한다
불어나는 혓바닥처럼
우리는 훈련한다

식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우리는 다툼을 꾸며낸다
너는 이제 영영 네가 되어야만 할 거야!

거품이 터지는 소리
물속에 잠겨 있을 때
내가 흉내 내는 동물의 울음소리들
빛은 내 몸을 구석 투성이로 만든다

언니는 오래도록 식탁 아래 남아
헤아린다 접시를 쥐고
하나두울 하나 다시 하나

가느다란 빛이 두 귀를 관통한다

초식동물들의 몸 안에 새겨진
어두운 울음을 생각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리본처럼 풀어지는 혀를
훔치고 싶다


나는 언제부터 동화적 상상력을 잃어버린 걸까? 언제부터,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는 동화 속에나 있는 일이며, 동화 속의 그 모든 해피엔딩은 왜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고 믿게 된 것일까? 어릴 때, 탁자 아래 혹은 서랍 속의 비밀 주머니에서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웠으나, 이제는 그 모든 일들이 마치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옆집 아저씨 이야기쯤으로나 듣고 있구나. 자매들은 엄마가 되는 순간 헤어지는구나. 나도 너도.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