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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칼국수

울림을 주는 시

멸치 칼국수

장인수

관절도 없고
아가미도 없는 저것
홍두깨에 밀어서
다다다닥닥 칼질의 간격을 넘어온 저것
뼈마디도 없는 저것
말랑말랑한 세상으로 왕림하신 저것

여러 가락 뜨겁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저것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
뜨개질을 하다가 끓여먹는 저것의 국물에는

바다의 거친 은빛 물살에서 파닥이던 저것
죽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저것
수중 발레를 하며 매혹적인 춤을 추던 저것
그물에 걸렸어도 은빛 점프를 하던 저것
척추동물의 날렵한 몸동작인 저것
깨달음처럼 우려낸 저것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우려낸 저것
뼛속까지 망명한 저것




멸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사는 바다 생물이다. 그 먼데서 달려와 기어이 제 한 몸 던져 진한 살신의 국물 맛을 내느니, 생이여 오늘도 나는 멸치 똥만도 못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멸시를 참는다.
박후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