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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지막 하루

울림을 주는 시

아버지의 마지막 하루

정호승

오늘은 면도를 더 정성껏 해드려야지
손톱도 으깨어진 발톱도 깎아드리고
내가 누구냐고 자꾸 물어보아야지
TV도 켜드리고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시라고
창밖에 잠깐 봄눈이 내린다고
새들이 집을 짓기 시작한다고
귀에 대고 더 큰 소리로 말해야지

울지는 말아야지
아버지가 실눈을 떠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시면
활짝 웃어야지
어릴 때 아버지가 내 볼을 꼬집고 웃으셨듯이
아버지의 야윈 볼을
살짝 꼬집고 웃어야지

가시다가 뒤돌아보지 않으셔도 된다고
굳이 손을 흔들지 않으셔도 된다고
가시다가 중국 음식점 앞을 지나가시더라도
짜장면을 너무 드시고 싶어하지 마시라고
아니, 짜장면 한 그릇 잡수시고 가시라고
말해야지

텅 빈 아버지의 입속에 마지막으로
귤 향기가 가득 아버지의 일생을 채우도록
귤 한 조각 넣어드리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기 때문에 죽음이 아픈 것이라고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며칠 전, 정호승 선생님이 시집을 보내주셨다. 아마도 내 두 번째 시집 표4 글을 썼던 인연을 생각하셨으리라. 새벽에 시집을 읽는데, <아버지의 마지막 하루>라는 시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주르륵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닌가. 돌아가신 내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시렸던 것인데….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 결국, 시집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