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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티지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40

나의 빈티지

박도희


나쁘지 않은 시
늦가을을 닮고 싶은 의자
배터리가 다 된 시계
죽은 매미들이 새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는 상상
장난의 운명을 믿는 헝겊 뼈다귀를 물고 오는 강아지
제 속도감을 즐기는 햇살
50% 세일 아이스크림
각종 펜 사랑
시선이라는 행위 예술을 위하여
막대사탕을 물고 타는 버스
모자란 슬픔
현혹=과제
패, 경, 옥 같은 택배물
늙기로 한 터널
오후 찻잔에 담는 비
기어코 찾으려고 하는 눈물에 관하여







지금 이 순간 나의 몸이 태어난 후 가장 오래된 순간이다. 매순간 우리는 늙어가고,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늙음, 그것은 생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일은 아니다. 어느 순간까지 팽팽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우리의 생이 어느 날부터인가, 몸 어딘가에서 바람이 새듯 빠져 나간다. 하지만, ‘늙음’이 ‘낡음’과 동의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몸은 늙었으나 사고(思考)가 낡지 않아야 건강한 삶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