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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밥그릇 공학적’ 정치 셈법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밥그릇 공학적’ 정치 셈법


대다수 국민들의 동의하에 연착륙해 보였던 보편적(무상)급식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특정 정치인의 돌발 행위로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보편적 급식 문제가 왜 다시 공론화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아직은 경상남도에 국한된 남의 집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보편적 급식 중단 논란이 증폭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얼마 후면 4·29 보궐선거다. 보편적 급식 중단 논란은 보궐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집권 여당 주요 당직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아이들의 밥값 문제는 이미 보수층 결집을 위한 선거전략 프레임으로 작동중이다.

정당과 인물보다는 ‘보편적 급식’을 둘러싼 찬반 투표로 변질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야당이 선점할 수 있는 집권여당 소속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위기에 따른 정권 심판론을 뒷전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실자원외교 등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여론의 심판대위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세월호 유가족 보상금 발표를 강행, 세월호 참사 1주기 여론까지 주도권을 장악한 모양새다. 이 상태로 끝까지 간다면 야당의 패배는 뻔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완승할 경우엔 보편적 급식 중단이 힘을 받는 것은 물론 ‘보편적 복지’ 백지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보수정치인들이 짜놓은 ‘이미지 정치’의 전술 프레임으로 읽히는 이유다. 소모적이고 실리가 없는,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성공한 프레임이다.

새누리당은 선거의제를 선점해서 보수층을 집결시킬 수 있다. 선거이슈를 빼앗긴 야당만 손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패배해도 손해볼 게 없다. 어차피 대권주자인 홍준표 지사가 총대를 메고 있기 때문에 노정객의 무모한 정치 승부수로 치부해 버리면 끝이다.

국민의식 속에는 2011년의 오세훈 학습 효과가 남아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교육감선거와 지방선거 여론을 의식, 저소득층 30%만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시작으로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 주민투표까지 갔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주민투표는 투표함 개봉가능 투표율 33.3%(최종투표율25.7%)에 못 미쳐 투표함이 자동 폐기됨과 동시에 무상급식 찬반투표 안건은 부결처리 됐다. 젊은 정치인 오세훈 시장은 이틀 후 시장직을 사퇴했다. 대권을 향한 정치도박에서 패한 것이다.

이번 논란 역시 그때와 흡사하다. 집권여당의 심장부에 있다가 변방으로 밀려난 거물 정치인이 ‘무상급식 중단’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면서 일약 보수정치의 아이콘으로 급상승한 셈이다. 그럼에도 홍준표 지사의 결단과 주장에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홍 지사의 변을 들어보면 결국 잘사는 집 아이들의 밥값을 받아서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복지 예산에 충당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역시 찬반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과도한 정치적 야욕의 산물이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국이 보편적 급식 중단이라는 어설픈 프레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21세기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고하는 근본 이유를 보면 부의 쏠림 현상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증대와 중산층 붕괴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선진국들의 유일한 교훈을 보면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열쇠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있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예산 비율
을 OECD국가와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권력욕에 병든 소수 정치인들의 ‘이미지 정치’ 놀음에 국가 전체가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아이들의 ‘공부’와 ‘밥’이 정치적 선택의 문제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