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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허울뿐인 ‘태교도시’…컨트롤타워가 없다

허울뿐인 ‘태교도시’…컨트롤타워가 없다

 



‘태교도시’를 선언한 용인시보다 충북 청주시가 먼저 ‘태교마을’ 조성 로드맵을 발표했다. 어느 도시든 태교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태교도시를 선언한 용인시의 늑장 행정에는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취임 직후 전문기관의 타당성 용역을 거쳐 용인시를 ‘태교도시’로 선포했다. 자치단체 처음으로 태교TF팀도 만들었다. 때마침 불어오던 태교 열풍에 반향 또한 컸다.

용인시가 태교도시를 선언한 배경은 세계 최초의 태교지침서로 알려진 ‘태교신기’를 사주당(師朱堂) 이씨(李氏)가 용인에 살면서 저술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열다섯 살에 용인 모현으로 시집와서 죽을 때까지 살았다. 현재 부부 합장 묘역도 모현면에 있다. 아들인 언문학자 유희를 비롯 자식들에게 태교를 몸소 실천, 천재를 만드는 등 태교의 효용성을 입증해 보였다.

그런데 최근 충북 청주시가 사주당 이씨 출생지라는 이유로 청주에 10만㎡ 규모의 태교마을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예로부터 출가외인이란 말이 있지만, 청주시는 용인시가 ‘태교도시’선포식을 하는 등 태교를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자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청주시는 태교마을에 산모와 태아를 위한 건강원, 태교박물관, 영유아 지원관, 공원 등을 건립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에는 모두 410억 원이 투입되며 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물론 타당성검토 용역 등 행정 절차가 남아있다.

문제는 용인시다. 태교전도사를 자처하는 정찬민 시장은 청주시가 발표한 태교마을 조성계획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한 사업계획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발표를 못하고 있다. 태교 TF팀이 만들어졌지만 능동적인 컨트롤타워 작동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읍면동 및 보건소, 주민지원센터 등에서는 대부분 중복되거나 용역업체에 의존하는 태교사업이 고작이다. 태교 숲길 조성과 태교축제 등은 엄밀히 말해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

태교TF팀은 얼마 전 상금까지 내걸고 태교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용역 전부터 다양한 사업안이 나왔지만,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 제자리걸음만 하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전문가를 포함, 태교도시를 위한 민관합동위원회 등 추진위원회 같은 조직하나 없다. 인사이동이 잦은 공직사회 구조상 6급 팀장 체재의 TF팀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시장이나 최소 국장급 정도의 인사가 시장 위임을 받아 직접 챙겨야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최소 10~20년 이상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혼자 국정운영을 다 할 수 없듯 시장도 혼자서는 시정운영을 못한다. 시의회와의 협치도 중요하지만, 왜 공직사회 컨트롤타워에 빨간불이 들어왔는지부터 시급히 점검해야 한다.

본지가 지난 해 민선6기 출범 1주년을 즈음해 ‘시정운영 만족도 및 정책에 대한 시민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한바 있다. 정 시장의 주요 정책 중 선호도는 △태교도시(33%) △여성친화도시(17%) △개미천사 기부운동(14.2%) △ 줌마렐라 축구단(4.2%) 순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정 시장의 임기는 4년 중 절반밖에 안 남았다. 그렇다면 주요 공약과 정책들은 얼마나 진행되었을까. 단체장은 여론을 너무 의식해도 안 되지만, 너무 무시해도 안 된다. 소통과 불통의 차이는 여론이 바로미터다. 태교도시야말로 정 시장의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미래 용인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빛나는 지방자치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