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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망친 분열 . 반목... 어른이 바로 잡아야

<박소현의 삶의 낙서>

 

 

 

버스에서 학생들이 떠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참을만한 데시벨이었는데 점점 그 소리는 소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뭐라고 좀 야단을 쳤으면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옆에 아주머니도 서서히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고, 내 앞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학생들을 힐끔거리며 혀를 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취해서 까르르 웃으며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나 시선을 살필 이유가 없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의 훈계를 기대했지만 기사 아저씨의 표정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이 빡빡한 배차 시간에 지친 기사 아저씨는 막힌 도로만 야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버스 안에 소음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그때였다. 막힌 도로를 뚫고 버스가 한 정류장에 멈추자 할머니 한분이 힘겹게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순간 앞뒤로 돌아보며 시끄럽게 떠들던 학생들이 더 소란스러워졌다. 놀랍게도(?) 학생들은 할머니에게 서로 자리를 양보하겠다며 일어서고 있었다. 할머니는 어리둥절해 하시며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으셨다. 할머니는 학생이 양보한 자리에 앉으시며 아이구 학생들도 공부하고 다니느라 피곤할텐데고마워라고 하시며 미안해하셨다. 학생들은 다시 깔깔대며 자리를 양보한 학생을 착한 척한다며 서로 놀리며 버스를 다시 왁자지껄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얘들아 미안한데 조금만 작게 얘기해줄래?”

 

그러자 학생들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서로의 목소리를 탓하며 장난스럽게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순진한 아이들이었다. 그 학생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어른들은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 한번 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대로 그 학생들을 예의 없는 아이들로 판단해버린 것이다.

 

충분히 가정교육을 잘 받고 평범한 아이들도 버스에서 떠든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조용한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 단지 그곳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탄 버스였고 서로의 이야기에 취해 남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 뿐일 수도 있다. 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 한번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그 아이들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요즘 청소년들은 이상하다며 확대 해석하는 어른들도 많다.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부드럽게 말하면 부드럽게 반응한다. 어른들은 잘 모른다. 지금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다. 요즘 아이들, 생각보다 괜찮다.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역사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역사를 가르치는 인기 강사가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었다. 역사를 말하지만 교육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방청객의 대부분이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역사를 시험 과목의 하나로 배웠던 어른들에게 역사를 공부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날의 강의는 버스에서 만났던 학생들과 당시 같은 나이였던 유관순 열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짐작으로 유관순 열사가 했던 그 일이 얼마나 역사적으로 위대한지에 대해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강사는 지금의 청소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가 만세 운동을 하던 시대에 지금의 청소년들이 살았다면 그들도 나라를 위해 대한독립만세을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와 다른 시대를 사는 우리 청소년을 유관순 열사와 비교하며 함부로 폄하하지는 말라는 내용이었다. 문득 버스 안의 그 학생들이 생각났다. 그들도 어쩌면 나라를 잃었던 그 처절한 시대를 살았다면 유관순 열사의 옆에서 만세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시대는 혼란스럽다. 나라를 빼앗겼던 그 시대만큼 비참하지는 않아도 지금 우리나라는 분열과 혼란 속에 병들어있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은 어떠한가어른들의 생각처럼 한심하지 않았다. 광장으로 나가서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시대를 탓하며 팔장끼고 혀만 차는 어른들 앞에 그래도 우리 청소년들은 아픈 시대를 위해 외친다. 그들을 바라보며 공부나 하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타박하는 어른들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당당히 그들의 생각을 말한다. 어른들은 모른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른다. 어른들이 망쳐버린 이 시대는 어른들이 바로 잡아야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시대를 살아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도 괜찮은 우리 청소년들이 훨씬 멋진 어른들로 자랄 수 있도록 이 힘든 시대를 빨리 끝내야하지 않을까.

 

부끄러운 어른들이여! 그대들의 마지막 양심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