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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의 삶의 낙서

 

 

 

황무지 같던 잔인한 4월이 가고

사랑 가득찬 행복한 5월이 오길

 

4월이 되면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잔인한 4을 읊조리며 정말 4월은 잔인하다고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한다. 그래도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잔인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입으로 잔인한 4월을 말하면서도 사람들은 그렇게 삶을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은 토마스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의 첫 줄에 나오는 문구이다. 시를 읽어보면 이 표현은 겨울동안 죽은 듯 움츠리고 있던 대지에서 4월이라는 계절이 생명을 되살리는 모습을 역설적으로 잔인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시에서 뜻하는 잔인하다는 표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잔인하다라는 뜻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시의 내용이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황무지같은 세상에서 잔인할 정도로 힘들게 살고 있나보다.

 

세상이 잔인하고 황무지처럼 여겨지는 것은 스스로가 세상에서 고립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어느 시인은 위로하지만 사람들은 외로움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외로움은 참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단체 문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낼 때도 꼭 이름을 넣어서 보낸다. 결코 단체 문자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다. 새해가 되거나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안부 문자를 보낸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문자를 여러 번 받다보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왠지 성의가 없어 보이고 형식적으로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대에게 조금 특별한 사람이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꼭 특별한 날에는 개인 문자를 보낸다. 손목이 좀 아프지만 그 문자 때문에 상대는 외롭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잔인한 4월이 지나가면 가족의 달 5월이 시작된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도 있다. 스승의 날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담부터 느낀다.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라고 만든 날인데도 사람들은 5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담이 된다고 스승의 날에는 휴교까지 하는 학교도 있다. 서로 감사하고 서로 함께 하라고 만든 날이 언제부터인가 왜 그렇게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되었을까.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을 비싼 선물로 평가하고, 부모들은 자녀의 용돈을 최고의 선물로 생각한다. 스승에게 꽃 한송이 선물해도 괜찮은 날인데 손이 부끄러워 그러지 못한다. 언제부터 감사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게 되었을까.

 

진심이 담긴 마음이 값싸고 정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기 시작한 그때부터 사람들은 외로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자녀에게 건네는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돈으로 살 수 있을까? 부모에게 고사리같은 손으로 보내던 자녀의 손편지를 어떻게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 우리는 자꾸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편지의 소중한 가치를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사람이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아빠 회사 다니기 힘들죠?”

우리 딸 공부하느라 힘들지?”

엄마 고마워요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툭 던지며 살짝 웃어주는 시간, 10초면 충분히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그 짧은 시간을 자꾸 놓치면서 가족들은,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외로워지기 시작한다.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된다. 따뜻한 말로, 아니면 메모지에 마음을 담아서 가끔은 표현해야 한다. 가족일수록 친한 사이일수록 더 표현해야한다.

 

잔인한 4월이 가고 있다. 황무지 같던 4월이 지나간 자리에 사랑으로 가득 찬 5월이 피어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