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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증후군’

 

카페인 증후군

 

                 


5월의 긴 연휴가 끝났다. 다행이다. 뉴스에서는 사상 최대의 인파가 인천공항을 이용했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친절하게(?) 보여주며 보도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나도 저 인파속에, 그리고 뉴스에서 친절하게 보여준 그 숫자 속에 포함되고 싶다는 부러움 때문에 연휴기간 내내 우울했다.

 

남들 휴가 갈 때 놀지 못하고 머리 아프게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슬프기까지 했다. 연휴가 끝나고 나면 화려한 사진전이 시작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긴 휴가를 끝내고 자신의 SNS를 통해 휴가동안 자신이 어디를 갔었는지 일일이 보고할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자랑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간혹 누군가는 그 자랑을 보면서 또 우울해질 것이다. 가지도 않은 여행지를 간 것처럼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그런데 대체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예전에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아이가 대학교 3학년이지만 취업 준비생이 되어 찾아왔다. 스승의 날이라고 케이크 하나를 내미는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그런데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학도 이제 취업을 위한 과정이 되었다는 것이 씁쓸했다. 그 찬란한 청춘을 또 고3처럼 취업 입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성적이 최상은 아니었지만 인성이 괜찮은 아이였기 때문에 수시 전형을 통해 원하는 학과에 들어갔었다. 면접 때 솔직하고 최선을 다한 모습이 아마 교수님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을 것이라는 게 그때의 내 짐작이었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해서 축하해주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입시가 아닌 취업이라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 것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원하는 학과에 들어갔지만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정말 힘이 세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억누르게 하고 꿈이라는 것을 보잘것없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아이는 사실 공부보다 더 힘든 것은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의 합격 소식을 SNS를 통해서 확인할 때라고 했다. 축하는 해주지만 마음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합격 소식 이후에는 그 사람들의 여행 사진이 마치 순서라도 정한 듯이 SNS에 올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모든 SNS를 끊었다고 했다.

 

언젠가 신문에서 카페인 증후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커피 중독을 말하는 것인가 짐작했다. 읽어보니 카페인 증후군카페인이 뜻하는 것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한단어로 결합하여 카.., 즉 소셜커뮤니케이션(SNS)이었다. ‘카페인 증후군SNS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을 확인하며 더 행복하지 못한 자신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SNS를 통한 행복 경쟁이 낳은 우울증인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른 것인데 SNS에 올린 남들의 여행 사진을 보면서, 누군가가 선물 받은 명품 가방 사진을 보면서 괜히 우울에 빠지는 것이다. SNS를 안보면 된다든지 자존감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부러운게 싫어서 SNS를 차단하는 것이 최선은 아닌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여유로 즐기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화려한 일상을 올리면서 얻고자 하는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라면 거꾸로 자신도 누군가의 SNS를 보면서 우울해지는 역순환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은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며 일부러 아날로그 삶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혼자만의 시간에 사색을 즐기다보면 굳이 SNS속의 많은 친구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한다. 행복을 구태여 자랑하지 않아도 또 굳이 지금 행복하지 않아도 그다지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지금을 잃어버리기에는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행복은 자랑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랑하는 그 행복들이 실제로 행복인지 알 수도 없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현재를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자존감을 가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에는 부러운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냥 부러우면 부럽다고 생각하고 지나가면 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SNS에 슬퍼하지 마라. 어쩌면 그 행복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