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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ㅣ자정의 심리학자ㅣ최서진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자정의 심리학자

 

최서진

 

 

사람을 만나면 어항 속 같은 슬픔을 알게 된다

 

조금 더 멀어졌다 쏟아지는 별

 

무수한 빛깔의 고독을 알아볼 수 있도록 심리학을 읽는다

 

표정만 봐도 안다는 당신들의 말은 주저함이 없다

 

먼 곳에서 통증이 오는 것을 빗소리처럼 듣는다

 

어깨 너머에도 얼룩이 있다

 

전쟁과 수렵이 적나라하게 기록되는 밤

 

우리가 다 함께 이 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까

 

기마에 뛰어났지만 그래도 가장 슬픈 건 나일 것이다

 

그것이 내가 자정에 어항을 청소하는 이유다

 

밤새도록 닦고 또 닦는 것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

 

물고기가 숨죽이고 물고기를 분석하고 있다, 먼 오해로부터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고 있다

 

 

 

 

 

 

 

저녁을 지나 새벽, 마치 천 개의 터널 끝에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시각장들. 그러한 맥락에서 최서진 시인의 시적 주체는자정의 심리학자을 통해 인간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다 함께 이 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이 우리를 통과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심리가 아닌 무수한 빛깔의 고독을 알아볼 수 있도록 심리학을 읽는존재와 같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분석하는 존재들. “물고기가 숨죽이고 물고기를 분석하고 있듯이 말이지요. “먼 오해는 사물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안내 문장처럼 지나치게 멀고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 자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 곳에서 오는 통증이 오는 것을 빗소리처럼 듣는. 시인의 귓바퀴에 그 통증과 소리가 오랫동안 머무는 것. 우리보다 먼저 삶이 우리를 분석하게 되는 진실.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