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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삶의 낙서





금수저들의 만남은 스스로 빛나려 할 뿐 따뜻함도 별로 없다

드라마속 흙수저는 따뜻하고 의리 있어 위안을 받는 것 같다


드라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소재로 한다. 그래서 드라마를 선택하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그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이 무엇일까? 누군가는 상류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한 동경을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달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받기도 한다. 막연한 동경이 정신 건강에 좋을까, 아니면 자신보다 힘든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을까. 가끔은 그것이 아리송할 때가 있다.


요즘 내가 챙겨보는 드라마가 몇 개 있다. 한 드라마는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끈끈한 정을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물론 그 드라마에도 상류층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사랑마저 돈으로 얻으려는 속물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반면, 주인공들은 약하지만 착한 인물들이고, 강한 권력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사람은 언제나 부자들이다. 주인공은 스팩이 약해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는데, 그 회사에는 소위 말하는 낙하산으로 입사한 사람도 있다. 스팩이 아니라 인맥이 취업을 좌우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숟가락의 색깔이 정해지는 시대에 정말 개천에서 용나는 것은 힘든 것인지 씁쓸하다. 그래서 개천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용이 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나보다. 그래도 그 드라마를 보면 기분이 유쾌해지고 뭔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도 약자에 해당되나보다. 그냥 약자인 주인공이 드라마 속에서 강자보다 성공하는 것이 유쾌하다.

 

또 한 드라마는 상류층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집인지 성인지 분간이 되지않는 큰 건물에서 몇 안되는 사람들이 산다. 가족은 두 손가락으로 꼽기에 충분한 수인데 집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큰 집을 관리하는 일하는 사람들이 가족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 큰 집 속에 사는 사람들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그 드라마에 빠져든다. 그런데 그들의 삶에는 별로 웃음이 없다. 물론 웃음이 있지만 아주 짧은 미소 정도가 대부분이다. 호탕하게 웃거나 큰 소리를 웃는 것은 등장 인물이 거짓말을 하거나 상대의 행동을 조롱할 때이다.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도 경제적이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다. ‘유유상종을 즐기며 상류층이라는 그들만의 특별한 소속감을 확인하며 안도한다.

 

최근에 있는 집 아이들이 다닌다는 한 초등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불거졌다. 가해자인 아이들의 부모는 장난이라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도 그 부모도 몸과 마음이 상처로 병들어 있었다. 그런데 장난이라고 말한다. 그 속에서도, 아무나 들어가기 힘들다는 그 학교에서도 또다른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힘은 가해자를 보호하기에 급급했고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또래 집단의 괴롭힘으로 상처를 입고 심지어는 자살을 선택하는 가슴 아픈 사건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나쁜 강자들 때문인지 모르겠다. ‘약자를 괴롭혀도 된다는 것은 어디서부터 학습된 것일까. 가정에서 바르게 형성되지 못한 인성은 사회에 나와서 학교나 집단에서 삐뚤어지게 표출된다. 인성은 돈으로 교육되어지는 것도 아니고 암기해서 시험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것이다. 간혹 사람들은 가정 환경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환경이라는 조건이 애매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초등학교 사건의 가해자들은 경제적인 환경은 넘칠만큼 좋았고 부모로부터 끔찍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왜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가 되었는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금수저가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사실, 금이라는 가치도 세상이 만들어낸 것이다. 금이 흙보다 낫다는 것도 세상의 기준이다. 흙은 생명을 살린다. 그래서 어쩌면 세상을 살리고 아름답게 하는 것은 금수저의 화려한 빛이 아니라 흙수저의 따뜻함일 수도 있다.


당신의 자녀가 흙수저라고 슬퍼하지 마라. 금은 스스로 빛날 뿐 차갑다. 그래서 금수저들의 만남은 스스로 빛나려고 할 뿐 빛나지 않는 다른 것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따뜻함도 별로 없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흙수저들은 서로에게 따뜻하며 의리가 있다. 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은 더 위안 받는 것 같다.


세상이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은 혼자 빛나는 사람보다는 서로를 빛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빛이 없어도 따뜻한 사람이다. 그래도 세상이 아직 따뜻한 것은 아직 세상은 금수저보다 흙수저들이 훨씬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