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맑음동두천 7.6℃
  • 맑음강릉 14.6℃
  • 박무서울 11.4℃
  • 맑음대전 14.3℃
  • 맑음대구 11.3℃
  • 구름조금울산 10.1℃
  • 구름조금광주 13.8℃
  • 맑음부산 15.2℃
  • 구름조금고창 ℃
  • 맑음제주 18.9℃
  • 맑음강화 9.6℃
  • 흐림보은 11.1℃
  • 맑음금산 9.1℃
  • 구름많음강진군 10.3℃
  • 맑음경주시 8.1℃
  • 구름조금거제 16.0℃
기상청 제공

이은규의 시로 쓰는 편지ㅣ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ㅣ진수미

  

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

 

진수미

 

 

턴테이블을 느리게 회전하는 오보에 선율은 연주자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주지 않네. 허나 소리를 삼키는 소리를 볼 때, 개미소리로라도 울어야 한다네.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더 큰 것이 큰 것을, 큰 것이 작은 것을, 작은 것이 그보다 작은 입술을 감춰버릴 때, 자신의 진열대에서 말없이 천칭을 꺼내보는 자여. 저울은, 평등은 무엇입니까. 차라리 비대칭의 지워진 얼굴을 들고 뛸까요. 마구 편향된 날개처럼 돌아가는 세계, 프로펠러여

 

--------------------------------------------------------

 

가을, 시 속에 등장하는 일그러진 얼굴을 그려봅니다. 나아가 들리지 않지만 존재하는 소리들에 귀 기울여 볼까요. 발화하는 존재의 최대 문제는 무언가 우리의 작은 입술을 감춰버릴 때발생합니다. 시인의 존재증명은 시적 발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말이지요. 그럴 때 우리는 시인과 같이 차라리 비대칭의 지워진 얼굴을 들고뛰고 싶은 상태가 됩니다. 저울도 평등도 사라진 세계, “마구 편향된 날개처럼 돌아가는 세계내에서 존재의 현기증은 체화되겠지요. 어느새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존재 자체가 프로펠러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세계와 언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곤혹스러움과 곤궁에 대해 제임슨은 언어의 비교불능성incommensurability , 즉 언어는 어떤 사물이건 실재대로 표현할 수 없고 다만 관계(소쉬르의 언어학)와 순수 무(말라르메)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공통적 상황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가을 존재의 프로펠러와 코스모스.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