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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15

최은진의 BOOK소리 115

자폐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저자 : 마크 해던 / 출판사 : 문학수첩 리틀북 / 정가 : 9,500

 

      

몰랐다. 자폐가 아름다운 재능일수도 있겠다는 걸. 그리고 이렇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는 병이라는 걸. 이야기의 시작은 자폐소년 크리스토퍼가 한밤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개, 웰링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과 학교 주변만 맴돌던 크리스토퍼는 웰링턴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한 탐정놀이를 하게 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의문의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형식은 추리소설을 빌려왔으나 내용은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한계와 결함을 극복해 나가는, 자폐소년의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없는 소년. 상대방이 왜 화가 났는지, 왜 울고 웃는지 이해할 수 없던, 자폐소년이 바뀌기 시작한다. 어른이라고 해서 행동이 모두 옳은 게 아니며, 완전한 판단을 하는 인격체가 아니라는 것. 죽을 줄 알았던 엄마도, 완벽하게 크리스토퍼를 속인 아빠도 모두 그냥 불완전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렇게 소년은 타인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새가 알을 깨고 나가듯 두려움을 떨치고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가게 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과정에서 크리스토퍼의 관점에서 펼쳐보이는 천진한 문체가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크리스토퍼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은 새롭다.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니다. 자폐라는 독특한 프리즘을 통해 엿보는 낯설고 새로운 세상이다.


  이 책의 매력은 단지 사건을 따라가면서 따라오는 감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토퍼의 입을 통해 무심히 툭툭 내던지는 삶의 화두는 우리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순수하면서도 묵직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수학을 좋아하는 건 끝에는 언제나 정답이 있기 때문이지만 인생의 끝엔 정확한 답이 없어서 어렵다는 크리스토퍼. 그래서 삶의 많은 것들이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답이 없는 게 아니라 과학자들이 아직 답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