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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마라톤이란?

조철호(에이스마라톤클럽)


나에게 마라톤이란?

 


조철호(에이스마라톤클럽)

 

어릴 적 나는 전기나 전화기의 혜택을 받을 수 없던 시골에서 살았다. 전기가 없으니 텔레비전은 상상도 못한 채 중학교까지 다녔다.


당시 내게 유일한 교통수단은 두 다리였다. ·하교는 물론, 부모님의 심부름도 걷고 뛰면서 자연과 산천을 벗 삼았고 나도 모르게 심신을 단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지금까지 여러 가지 운동을 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으로 파고들었던 운동은 테니스와 볼링이다. 하지만 나에게 과격한 운동으로 분류됐던 테니스는 신체에 무리를 주는 까닭에 군 제대와 동시에 접었다. 1980년대 초·중반까지 유행했던 볼링도 나의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달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8년 춘천에 연고를 두었을 당시 올림픽 바람이 불 때였다. 어느 날 춘천시 주최로 춘천시가지 5km를 달리는 대회가 열렸다. 나는 시골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며 그저 즐긴다는 마음에 추리닝과 운동화 차림으로 가볍게 참석하게 됐다. 이날이 내가 마라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마라톤에 입문한 날인 것 같다.


이후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고 마라톤 대회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홀로 10km, 하프코스 등 정식 마라톤대회에 참석하게 됐다.


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꼭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대부분 작심 3일에 그치지만 어떤 유명한 이론가에 따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꿈을 적어서 늘 소유하고 매일 읽고 되새기면 이루어진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면 하프코스까지는 쉽게 뛰어보지만 풀코스는 굉장한 무리가 왔기에 뛰어보고 싶은 마음만 간직하곤 했다. 그래서 연초만 되면 죽기 전에 반드시 풀코스를 뛰어야 한다는 소망을 적었고 이론가의 말처럼 매일 읽고 되새겼다. 하지만 생각 뿐, 훈련 방법도 몰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특히 나의 발가락 부상은 치명적으로 풀코스 달리기를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게 했다.


이제 하프코스 정도는 재미없다고 느꼈을 정도로 자주 달렸지만 이상하게도 아직 풀코스 도전이 어려워 딜레마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611월 용인의 신갈천에서 달리다가 우연히 용인에이스마라톤클럽 회원들과 만났다. 첫 대면하면서 혹시 클럽에 가입해서 이 사람들과 훈련을 하면 풀코스를 완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가입했다. 이후 함께한 시간 동안 자상한 가르침과 함께 많은 것을 깨달았고 파주평화마라톤대회 풀코스에 첫 도전하면서 완주 할 수 있었다. 마의 35km 지점도 있었지만 포기하면 영원히 마라톤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풀코스를 두 번이나 완주했다. 다른 회원들에 비하면 아무도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꿈으로만 간직 했던 풀코스를 완주 했다는 자부심이 나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이와 같이 나에게 마라톤은 일생의 계획()을 이루고 영원한 자부심과 함께 후세들에게도 끈기와 인내의 한계를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닌가 싶다.


비록 전기도 없는 시골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녔지만 용인에이스마라톤클럽과 함께 풀코스를 완주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는 자부심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