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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편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ㅣ유희경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어떤 인칭이 나타날 때 그 순간을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어둠을 모래에 비유 할

 

수 있다면 어떤 인칭은 눈빛부터 얼굴 손 무릎의 순서로 작은 것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내며 드러나 내 앞에 서는 것인데 나는 순서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사실은 제 멋대로 손 발

 

무릎과 같이 헐벗은 것들을 먼저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칭이 성별과 이름을 갖게

 

될 때에는 나는 또 어둠이 어떻게 얼마나 밀려났는지 계산해보며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그 인

 

칭의 무게로 생각한다 당신이 드러나고 있다 나는 당신을 듣는다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유희경은 신촌에서 시집전문서점윗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시집을 찾는 독자들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는 출판사에서 10여 년간 편집 일을 하다 퇴사하면서 서점을 운영하리라, 그것도 시집만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며 독자들에게 좋은 시집을 권하리라 생각했다. 그의 희망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들에게 잠시 신이었던은 유희경의 신성 모독의 언어이며 인간에 대한 불신의 메시지다. 인간관계 속에서 인칭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관계의 깊이와 넓이와 무게가 달라진다. 그 관계가 어둠이라면 어둠은 관계를 허무는 모래로 읽어도 될 것이다. 관계가 무너져내리는 것은 눈빛부터다. 눈빛에는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눈빛이 무너진 관계라면 나머지는 어떤 순서로 무너진다해도 의미가 없다. 다만 헐벗게 된 관계가 어둠 속에 얼마나 멀리 밀려나게 되었는지를 계산하고 눈빛이 무너진 관계의 인간들이 내는 소리를, 혹은 비명의 무게를 관계의 도타움과 가벼움으로 치부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유희경에게 신이다. 신이 얼마나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지 듣고 있다. 인간은 잠시 동안 서로 신이었다. 믿음이었고 사랑이었고 화해였고 용서였으니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이다. 어떤 신도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저 하늘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전율케 한다고고 갈파한 파스칼의 명제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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