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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효(孝)-4







권위주의시대에서 자유주의 시대로 바뀌고, 농경사회에서 과학문명이 발달한 산업시대로 바뀌고,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되는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우리는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 가운데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효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는 단지 가정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효와 사랑과 질서를 상실하면서 사회적 폭력과 우울증, 패륜 등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인성 상실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용인신문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생각하는 효, 내가 실천하는 효, 효에 얽힌 추억, 설화, 장유유서의 미덕 등 우리 사회를 좀 더 정 넘치게 할 수 있는 경험담과 일화 등을 발굴 연재함으로써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인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 신 삼강행실도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홍은숙(진주옥 . 산골정육점식당 대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두 말년에 저와 함께 지냈습니다. 정신은 말짱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은 터라 두 분 대소변을 받아냈지요. 그래서인지 더 깊은 정이 들었고 돌아가실 때는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으론 어림없고 뼈가 저릴 정도였지요. 당시 친정어머니는 딸과 지내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셨어요. 아무래도 사위보기가 미안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지요. 하지만 어머니 편하게 해드리라고 사위마음은 한결같았고 돌아가신지 거의 20년이 됐지만 지금도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부모는 흔적도 없다는 옛말이 생각납니다. 한번 가시면 그만이에요. 절대 기다려주지 않지요. 돌아가시면 끝이지요. 이제 내겐 주위의 어르신들이 부모님이 됐고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세탁기도 고무장갑도 없던 시절이었다. 아직 일회용기저귀를 사용하기엔 어렵던 시절이었기에 맨손으로 찬물에 빨래하던 때였다. 어느 날 고가였고 귀했던 세탁기를 친한 친구가 들여놨다는 소식을 듣고 기저귀를 들고 가서 짤순이 혜택까지 볼 수 있었다. 싫은 내색 없이 사용하게 해준 친구가 지금도 고맙다. 나도 귀찮은 표정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란 의문이 있다.


어려울 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짜 귀한 마음이라면 어렵지 않은 사람이 이웃을 외면한다면 이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홍성갈비란 상호로 식당을 운영할 때였다. 우연한 기회에 연꽃마을을 알게 됐고 오갈 곳 없는 어르신들이 함께 지내는 시설이란 것도 알게 됐다. 불고기를 대접했다. 얼마나 좋아들 하시던지 어르신들의 함박웃음에 무한한 행복을 경험했다. 이후 정기 행사가 됐고 여기에 무료하지 않도록 망가진 텔레비전도 교체해드리고 닭이 추가된 것은 물론 일정금액 후원도 하는 등 이젠 전달하는 품목이 늘고 달라졌지만 지금까지도 불고기는 품목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또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아픔을 안다고 초창기 거금을 들여 세탁기를 기증한 것은 무척 잘한 일이다. 찬물에 손빨래했던 옛 생각이 나서 함께 생활하는 많은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여러 대 충분하게 전달했다.


올해 15년째 이어왔던 이웃 어르신 초청 경로잔치도 홍은숙 대표가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르신들을 모시는 효 실천의 일환이다. 불고기와 갈비탕을 기본메뉴로 정했으며 잡채, , 샐러드 등 정성들인 잔치음식으로 밑반찬을 꾸몄다. 여기에 초청된 악단의 생음악 공연은 어르신들에게 술 한 잔을 생각나게 하고도 남는다. 대접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모두 즐거운 것은 바로 지극한 정성이 가미됐기 때문이다. 또 매월 홀로어르신 가정을 여러 곳 정하고 전해지는 쌀만 해도 수백 Kg이다. 만약 밥을 해먹고 남는 쌀이 있다면 떡이라도 해서 간식으로 즐기라는 마음의 배려까지 담아 넉넉히 전한다.


홍은숙 대표는 인생이란 그저 정자나무 그늘아래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일 뿐이라며 짧은 인생에도 불구하고 죽어서 가져갈 수도 없는 물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로 그의 지론이다.


이젠 홍 대표도 효도를 받으며 지낼 나이가 훌쩍 지났다. 슬하의 두 아들은 몸소 실천하며 보여줬던 무언의 가르침이 작용했는지 이제 성인이 된 지금 그다지 물욕을 내지 않고 성실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만약 자식에게 금전을 물려주더라도 정직하게 마련한 금전이면 물려받은 사람이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다하지만 정직하지 못한 물려줌이라면 지탱하지 못하고 틀림없이 물려받은 것으로 인한 괴로움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고생해서 벌었으니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내 가족이 귀하면 다른 가족도 귀한 것을 알아야 한다내 가족과 남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가 내 가족이란 생각으로 베풀다보면 참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투기 싫으면 조건 없이 줘라라는 엄마의 말에 언젠가 아들이 이런 말도 했다. “엄마, 엄마의 부지런함은 말릴 수가 없네요. 열심히 버시고 버신 돈은 엄마가 요긴하게 다 쓰세요.”라고. 이젠 엄마 품속의 아들이 아니다. 의젓하게 잘 컸다.


회초리를 사용하며 억지로 가르쳤다면 이런 아들이 됐을까? 아마 몸소 실천하는 교육을 따라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천하는 교육이 회초리 교육을 능가했다. 효는 늦음도 없고 빠름도 없다. 그냥 지금 실천하는 것이다.<용인신문 -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