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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134

최은진의 BOOK소리 134

자연의 위대한 연결망에 대하여

나무의 노래

저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 출판사 : 에이도스 / 정가 : 8,500



한해가 저물고 있다. 연초의 확고했던 결심과 달리 이쯤이면 길 잃은 것처럼 불안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자연의 일부로 살고 있는 아마존의 와오라니족은 숲에서 길을 잃으면 케이폭나무를 두드린다. 판근을 두드리면 줄기 전체가 진동하는데 이 묵직한 소리로 친구와 가족을 부른단다. 사냥꾼과 전사도 나무를 두드려 원정의 성공을 알린다. 이들의 창조 설화에 케이폭나무가 생명수로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나무의 노래가 우리의 삶을 구원해주진 못하겠지만 작은 위안은 충분히 줄 수 있을 것이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의 작가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두 번째 자연의 이야기. ‘우리 시대 최상급 자연문학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과학적 탐구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과 시적 감수성이 찬탄을 자아낸다.


그는 머리말에서 호메로스 시대 그리스에서 클레오스는 노래로 불렸다. 개인의 삶에 대한 평가와 기억은 공기의 진동에 담겼다. 따라서 듣는다는 것은 오래 남는 것을 아는 것이라 했다. 뭔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땅의 살갗에 청진기를 대고 그 밑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듯자신의 목소리와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한다고.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서식환경이 저마다 다른 나무 12종의 노래를 담았다. 아마존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스코틀랜드, 동아시아 일본 등 전 세계의 열두 종의 나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나무가 가지를 뻗듯 저자는 나무를 중심으로 이야기 갈래를 다양하게 뻗어나간다. 나무에 대한 생태적 기록을 넘어 인간과 자연, 역사와 문화, 사회와 예술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각 장마다 나무를 하나씩 정해 그 나무의 노래를 듣고, 그에 대한 우리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지적 반응이 펼쳐지는 멋진 광경을 보여주는 책. 각각의 장소에서 나무의 노래는 관계에서 흘러나오고 나무를 포함한 모든 생명은 다양한 그물망 안에서 비로소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무뿐아니라, 사람과 사물, 우주의 모든 존재에겐 그물망이 있단다. 이 그물망이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또 우리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로 이루어진 생명


공동체의 일부임을 나무의 노래를 통해 배워보자. 그리하여 올해의 마지막을 아름다운 관계 속에 깃들어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기를.<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