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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오죽 했으면 그 정도 인물을 대망론이라니….

 

[용인신문]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거늘<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 때가 불리하니 말도 달리지 않는구나<시불리혜추불서時不利兮骓不逝>. 말도 달리지 않거늘 난들 어쩌랴<추불서혜가나하骓不逝兮可奈何>.

 

오강의 정장亭長이 배를 대고 기다리고 있으면서 패해 도망 오는 항우를 향해 말한다. “강동이 비록 적다고는 하나 땅이 사방 천리나 되니 왕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바라건대, 왕은 급히 건너가소서” 하니 항우가 말한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했거늘 내가 어찌 살아 건널 수 있으랴. 내가 강동의 자제 8000명을 끌고 와 중원中原으로 갔다가 지금은 한 사람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거늘 나 혼자 무슨 면목으로 돌아가랴. 듣건대 한나라 유방이 내 목에 천금과 만 호의 읍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하니 내가 너희들에게 덕을 베풀겠다.”하고, 스스로 목을 끊어 죽었다. 사마천 사기 권7 우본기羽本紀에 기록된 말이다.

 

남자가 일생을 살면서 대망을 꿈꿔볼 기회가 몇 번이나 있으랴마는 그릇이 안 되는 자가 대망을 꿈꿀 때는 여럿이 피곤하다. 역사에는 백척간두에서 건곤일척을 낚겠다며 천하자웅을 기웃하다가 자멸해간 자가 수두룩하다. “군주를 제외한 모두는 노예다.”라는 시대에 오기, 상앙, 한비, 이사, 그들은 대망을 꿈꿨던 자들이다. 이들에게는 두 개의 공통점이 있는데 첫째는 법과 원칙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형명학의 실천이요, 다른 하나는 제명에 못 죽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오기는 초나라 임금의 시신에 엎드려 왕족들이 쏘는 무수한 화살을 맞고 죽었고 상앙은 자신이 모시던 주군 진효공 영거량의 아들 혜공에게 몸이 다섯 조각으로 찢기는 거열형으로 죽었으며, 한비자는 그를 영입했으나 시기했던 벗 이사에 의해 그의 집 사설 감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며, 이사는 환관 조고의 농락으로 아들과 함께 함양 저잣거리에서 허리가 잘려 죽는다<사마천 사기 8편 상군열전>.

 

지금 강호에는 뜬금없는 혹자 대망론이 툭 불거졌는데 검찰총장 윤석열 대망론이 그것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일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윤석열 대망론은 시기적으로 너무 이를 뿐 아니라 또 섣부르기까지 하다. 물론 이런 말의 배경에는 주변의 펌프질은 있을지 몰라도 민심의 자리가 없다는데 허명적 실체접근의 미스라는 것이다. 아무리 지도자는 시대가 만든다지만 국민의 요청이 아니면 불가능할 터.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임명권자에 대한 예보다는 조직에 더 충성하는 국민을 경히 여기는 듯한 그의 처사는 과연 수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추이가 또 다른 관전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