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벼슬이라는 날개를 달고 백성을 먹이로 삼는다면

 

[용인신문] 본래 벼슬이라는 것은 백성을 위하는 자리이다. 벼슬한다고 우쭐대거나 거들먹이거나 혹은 백성들보다 더 호화롭게 산다면 잘못이라 할 순 없겠지만 백성보다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는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며 참외가 익은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 했다.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고래로 백성의 삶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등 따습고, 밥 배불리 먹고, 한데서 잠자지 않고, 여기에 하나 더 욕심을 추가한다면 자고 난 다음 날 아침 일하러 갈 데가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는 곧 국가의 가장 급선무는 민생이라는 말이다.

 

민생을 제외한 모든 것은 부차적인 일이다. 맹자의 말 중에 “길을 갈 때 알고 가는 사람을 따라가면 목적지에 덜 힘들면서 쉽게 이른다.”라는 말이 있다. 바꿔말해서 “길을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면 목적지에 가지도 못할뿐더러 가는 과정도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맹자는 이것을 천하를 얻는 방법으로 풀어낸다. 천하를 얻는 데에는 방법이 있다. ‘득천하유도得天下有道’ 백성을 얻으면 바로 천하를 얻는 것이다. 천하를 얻는 방법이 이렇게 쉽다니. 맹자 이전 사람들은 싸워서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그의 목숨을 앗아 가야만이 천하를 얻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맹자는 그런 방법보다 이런 방법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 왕도정치라 한다.

 

그 기본은 백성의 배고프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백성이 배가 고프면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납다. 역사의 패도 군주들은 이런 입을 틀어막겠다고 몹쓸 짓을 한다. 이를 춘추시대의 열국사 좌구명이 쓴 국어에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라고 기록한다. “벼슬하는 자는 백성의 아픔을 돌아보아 그 고통을 임금에게 알려 백성의 고통을 덜게 하는 자”라고 했다. 서경 익지편 순임금의 말에 대한 보주에 나온 말이다. 끝말은 이렇다. 벼슬이라는 날개를 달고 백성을 먹이로 삼는다면 종내에 그 위험은 임금에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