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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자식이 영혼의 자유함이 지나치면 그 욕은 아비 몫이다.

 

[용인신문] 유학자 집안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경서 공부보다 앞서는 것이 성품 교육이다. 글공부가 사람의 도리를 앞서면 위험하다는 것이 당시 부모들의 생각이다. 자식을 기르면서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지 않으면 그것은 부모의 잘못이고, 스승의 가르침이 약하여 사람의 도리를 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승의 잘못이다. 부모와 스승이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았음에도 사람의 도리가 몸에 익혀지지 않았다면 이때는 초달해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잘못 가르치면 그 욕은 마땅히 아비에게로 향한다.

 

대통령의 아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정부지원금을 수령한 사실로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그는 해당 기관이 정한 규정에 맞게 신청서를 제출했고, 다수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에 따라 소정의 정부지원금을 수령했을 것이다. 그가 지원금 수령 과정에서 위법이라든가 내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는 아빠 찬스라든가, 그에 상응하는 어떤 뒷배도 활용했다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롯이 제힘만으로 투명하고 정당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모든 절차를 진행했을 것이다. 다만 아버지가 그 시점에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다는 억울한 굴레가 덧씌워졌을 수도 있다. 후한서 원소열전 주석에 원소는 어려서부터 외모가 빼어나 종모법에 의한 얼자 출신임에도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부모와 조상을 잘둔 탓에 집안에 들락이는 기라성 같은 장수들로부터 무예도 배워 출중하기까지 했다. 칼이든 창이든 주먹이든 원소는 여타의 장수들하고 대련을 했다하면 모두 이겼다.

 

내막은 간단했다. 고조부 원안袁安부터 4대가 삼공三公의 지위를 얻은 명문가이거늘 원소라는 이름만으로도 벌써 어마어마한 권력임을 그 집에 드나드는 장수들은 알기에 대련할 때는 적당히 져주는 거다. 이를 모두는 아는데 원소만 몰랐던 것이고, 이런 일은 자칫 정치적 휘발성을 갖는다. 누군가에게는 학수고대하던 먹잇감이 될 테니까. 아버지를 대통령으로 둔 자녀가 이 땅에 몇이나 되랴.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자중하심이 좋으련만 그게 그리도 힘든 일인가. 예술이 위대한 것은 그에 준하는 성찰이 있어서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