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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타먹기 ‘혈안’

LOCAL FOCUS_실업급여 부정수급 판친다

 

 

취업은 안하고 구직활동 증거 ‘면접확인서’만 요구

 

[용인신문] “요즘 식당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왜냐면 실업 급여 때문입니다. 와서 일할 생각들은 안하고 면접 보러 와서 근로 조건도 안 물어보고 면접 확인서만 써달래요. 확인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면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명이 돼 실업급여를 타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화가 나서 고용노동부 담당자와 통화했더니 해줘도 상관없대요. 이게 말이 됩니까? 더구나 이들은 실업급여를 수급하면서 현찰 알바를 뜁니다. 취업이 되면 급여를 받을 수 없거든요. 저희도 불법을 방조하는 것인 줄 알지만 워낙 일손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알바를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 형식적인 구직 확인으로도 실업급여

최근 식당, 학원 등 자영업자들 사이엔 피고용인들의 실업급여 악용 사례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 보다 부정 실업급여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업주들은 식당 종업원이나 강사 등을 구할 수 없어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현장에 뛰어들어도 일손이 부족해 사업장 운영을 못 할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어쩔수없이 아예 외부 인력을 포기한 채 주인 혼자 또는 가족이 합류해 근근히 영업을 하는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6일, 처인구에서 오래전부터 식당을 운영 중인 이 아무개씨에 따르면 잘 알고 있는 A씨가 홀써빙 면접을 보겠다고 와서는 면접 대신 면접 확인서에 사인을 부탁했다.

 

이 씨는 “A씨는 근무 조건 등을 묻지도 않았다. 아예 면접은 볼 마음이 없었고 확인서가 목적이었던 것같다”면서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과거엔 고용주가 면접 결과를 통보했지만 이젠 피고용인이 연락을 주겠다며 가버린다는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실업 급여를 타려면 한 달에 한 번 취업 노력을 했다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가짜 구직활동 증명서를 만들어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불법 행위를 벌이는 것이다.

 

화가 난 이 씨가 고용노동부 담당자에게 전화로 항의했더니 “써줘도 상관없다”라는 답변을 해와 더욱 황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실업급여는 일자리를 찾다가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들을 보조해주겠다는 취지 아니냐”며 “실질적인 구직활동인지 아닌지 확인도 없이 돈(세금)을 내주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중 부정수급이 더 큰 문제

더욱 심각한 것은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들이 실업급여를 타면서도 알바 형식으로 취업해 돈을 이중으로 버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재취업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부정수급자들은 취업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현금으로 급여 지급 요 구 및 4대 보험 가입 거부와 함께 “알바 형식으로 쓸려면 쓰라”는 식의 강짜까지 부린다는 것. 결국 업주 입장에서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해외 유학생도 원래는 취업이 제한되지만 구인난 속에 불법 취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업주는 모두 알바 형식으로 직원을 채용하다 보니 직원을 써도 세금 신고를 못한다.

 

“지출 신고를 못하니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종합소득세만 늘어나 업주 입장에서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이 식당은 오래된 직원들조차 부정 실업급여 수급 방법을 알고 난 후 모두 퇴직해버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식당을 증축했지만 직원 채용 공고를 내도 문의 전화 한통 오지 않아 증축 공간은 활용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학원 강사들도 부정 실업급여 심각

이 같은 사정은 학원가도 마찬가지다. 학원장들에 따르면 강사들이 부정 실업급여 수급을 위해 그만두고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해 학원 운영이 어려울 정도다. 강사들이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갑자기 퇴직금을 챙겨 떠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 강사 구인난은 결국 학원가의 경영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용인시학원연합회는 최초로 학원 자구책의 일환인 용인지역 강사 라이센스제를 도입했다. 소위 블랙리스트 관리를 통해 강사가 계약 기간을 위반하면서 그만두는 사례를 막고, 인성교육 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밖에도 A 서비스업체를 운영 중인 최 아무개씨는 “직원 채용 공고를 내면 이력서가 수북하게 쌓이지만 면접 통보를 해도 구직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인은 대부분 실업 급여 때문이라는 것. 결국 구직 활동 증빙자료 제출용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업급여는 최대 240일 동안 실직 전 받던 월급의 60%를 제공하지만 앞으로 기간과 실업급여를 보다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고용 위축으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어난데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위한 편법 탈법마저 곳곳에서 판을 치면서 고용보험 기금이 사실상 바닥나버린 상태다.

 

가짜 증명서 등으로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할 경우 고용보험법에 따라 그간 받은 금액을 물어내야 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업무보고에서 기금 고갈 방지와 고용보험 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해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고용보험료 인상안이다. 결국 세금만 더 증가하는 셈이다. 따라서 고용보험 부정수급 방지를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