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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극히 드문 개들만이 아는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

 

 

[용인신문] 소설은 허구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나경의 소설집 『극히 드문 개들만이』를 보면 어쩐지 뉴스에서 비어져 나온 현실의 한 조각처럼 생생한 이야기들이 보인다. 현실의 문제를 재조명해 보려 하는 작가의 고민이 아직 농익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더 이상의 상상이 어려운 것일까?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을 농담처럼 주고받던 일상의 언어에 폭력이 가담하면 소시민들의 세계는 무너진다. 그 폭력의 원인은 언뜻 보면 지독하게 개인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수파」를 보면 소시민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건 다수파를 표방하는 어떤 리더들의 보이지 않는 손일지도 모르겠다.

 

「극히 드문 개들만이」 문제를 알아차린다. 반복되는 부조리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아는 것은 ‘극히 드문’ 어떤 이들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끊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진 것도 소시민이다. 그러나 어떤 유령같은 소시민은 실체를 알아도 유령이기 때문에 현실에 개입할 수 없다. 죽음의 ‘냄새’를 찾아가는 주인공도 등장한다. 유령이 된 소시민에게 ‘누나’와 같은 결단을 할 수 있을까? 독자들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이처럼 이나경의 첫 소설집 『극히 드문 개들만이』기 소설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여전히 우리의 문제적 삶이 청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이 먹고사는 문제 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소설집이기도 하며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반복해 설명하기도 한다. 공동체의 어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