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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어느 후보가 내 삶에 득이 될까?

 

[용인신문] 일찍 관리 생활을 했던 장자는 정해진 대로 움직여 줘야 하는 그런 사회가 체질에 맞지 않았던 탓인지 관리를 그만두고 그야말로 무위를 추구하는 천둥벌거숭이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뜻과는 달리 사는 것은 날이 갈수록 곤궁해 끼니를 빌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견디다 못한 장자는 현달 한 벗 감하후監河候를 찾아가 끼니를 빌고자 하니 벗이 말한다.

 

조금만 참게 곧 세금 걷는 철이 되니 그때 세금을 거둬서 원하는 만큼 이상으로 돈을 마련해줌세. 그러자 장자는 말한다. 지금 당장 굶어 죽을 판인데 나중에 큰돈이 들어온들 뭔 이득이 있으랴며 우화 한 토막을 들려준다.

 

길을 걷는데 수레바퀴 자국에 움푹 팬 구덩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어 청하길, 당장 말라죽을 지경이니 물 한 바가지만 도움을 달라 한다. 그러자 “내가 마침 물이 넘쳐나는 남쪽 나라로 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물을 잔뜩 떠다가 주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물고기는 분기탱천해서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은 단 한 바가지의 물이야. 먼 훗날 천하의 물을 다 가져다준들 내게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라고.

 

군자의 말 중에 ‘부덕의 소치’라는 말이 있다. 듣기에 따라서 뜬구름 잡는 소리 같겠지만 실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는 말의 점잖은 표현이다. 주로 임금이 백성들의 곤고나 횡액을 당했을 때 위로차 하는 말인데 본시 덕이란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장삼이사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끼치는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부덕이란 임금이 백성에게 줄 것을 제 때에 안 줘서 백성이 힘들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백성들은 아얏소리는커녕 저 못나서 그러려니 하고 죽치고 살았다.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 못 해’라는 말을 무슨 성인의 경전처럼 외우며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투표의 시대다. 대통령선거가 불과 10여 일 남은 시점에서 평생 고개 한번 안 숙일 거 같았던 자들이 국민에게 굽실거리며 한 표를 구걸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여기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단 하나다. 어떤 후보가 나한테 이득이 되느냐이다. 두루뭉술 뜬구름 잡는 그런 이득 말고. 누가 내 주머니에 파이, 빵까지는 과분하고라도 그저 콩고물이라 한 줌 더 넣어주느냐이다. 더이상 국민 위에 군림한다거나 국민에게 줄 것을 덜 줘가면서 뜯어먹으려는 자는 대통령 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