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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역사의 상처를 침묵으로 말하다

 

 

[용인신문] 김숨은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바지런히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다수의 수상경력(허균문학작가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은 그 노고의 결과물일 것이다. 대선과 강원지역 산불로 나라가 들썩이는 시간에 우리가 잊은 것은 무엇일까? 김숨의 『듣기 시간』을 들여다보며 3월을 생각한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위인부였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조사하는 과정을 소설로 썼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증언 녹취에 구체적인 언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기록을 위해 증언을 녹음했다. 녹화된 테이프의 재생시간은 60분이지만 그 시간 내내 녹음이 되어 있는 말은 인터뷰를 하러 간 사람의 말이 대부분이고 정작 피해자의 말은 없다. 침묵을 녹음했을 뿐이다. 자신의 말을 지우고 싶지만 “그럼 내 목소리와 함께 녹음된 그녀의 침묵도 지워지니까, 내 말보다 그녀의 침묵이 중요하니까, 그녀의 침묵은 발화되지 못한 말이기도 하니까.”(9쪽) 지울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의 시간관념에선 일제강점기가 과거의 일이지만 소설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현재는 여전히 과거의 고통이 머물러 있다.

 

『듣기 시간』은 작은 숨소리조차도 이야기로 엮어내는 작가의 아우라가 내제한다. 중편 소설은 때로 해체된 시처럼 전달되기도 하고, 의식의 흐름을 펼치듯 서사가 이어지기도 하고, 사건을 간결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증언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들이며 또한, 말하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달하기도 한다. 3월에 읽어야 하는 정말 아프고, 충격적이고,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