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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도시숲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화석 연료의 소비 증가에 따른 이산화탄소·메탄가스·프레온 가스 등의 증가와 삼림 파괴, 도시의 열섬 현상 등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사이클론이 발생하여 3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에서 40년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를 발생되게 한 기후변화는 다른 나라에서만 생기는 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올해 8월 초 서울시 강남구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에서 일어난 물 폭탄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기후변화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주었고, 도시숲의 조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기흥구 동백동·처인구 역북동 일원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 사건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사태와 물 폭탄 사건이 다른 나라와 다른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용인시는 곳곳의 아파트 단지가 관목(灌木)과 교목(喬木)으로 이루어진 숲으로 둘러싸여 수도권의 다른 도시에 비해 도시숲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수지구 수지택지개발지구와 기흥구 동백택지개발지구는 각각 광교산과 석성산으로 표상되는 택지개발지구 주위의 도시숲으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택지개발지구의 인프라를 이용한 경제적 이득을 겨냥한 개발업자들과 부패한 공무원들의 욕망으로 광교산⸱석성산 자락과 그 주위의 도시숲은 파헤쳐져 황폐화 되었다. 수지구의 성복동⸱신봉동⸱상현동⸱고기동 일원 광교산 자락의 도시숲 파괴와 기흥구의 동백택지개발지구에 인접한 신동백 지역과 석성산 자락의 주택 공사로 인한 도시숲 파괴는 복원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야트막한 산으로 이루어졌던 신동백 지역의 도시숲은 근래에도 그나마 남아 있던 녹지 자락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을 베어낸 뒤 아파트 단지 조성 공사를 하고, 단독건물을 짓고, 다세대주택 공사를 벌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동백택지개발지구는 아파트 단지와 도시숲이 잘 어우러져 수도권에서 주거 환경이 쾌적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서서 신동백 지역의 아파트 단지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동백죽전대로를 확장하면서 동백택지개발지구 평촌마을 북쪽의 도시숲이 헐려 나갔다. 뿐만 아니라, 동백택지개발지구 내에서도 여러 가지 공사들이 진행됨에 따라 평촌마을 서쪽 등지의 도시숲이 사라졌다. 게다가 동백중앙로변과 동백죽전대로변의 가로수들이 몸통은 사라지고 그루터기만 남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특히 경전철 동백역에서 동백2동 행정복지센터 구간의 동백중앙로변에 가로수의 몸통은 사라지고 그루터기만 남은 곳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동백택지개발지구 대로변에 자리잡은 계룡리수빌·어울림·월드메르디앙·자연앤 데시앙 아파트 단지의 소나무·전나무·느티나무들은 생장 상태가 양호해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진림(防塵林) 역할도 하고 있다.

 

용인시는 동백중앙로와 동백죽전대로의 그루터기만 남은 가로수를 다시 심는 등 대로변 가로수 관리에 만전을 가하기 바란다. 그리고 대로변 아파트 단지에 자리잡고 가로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소나무·전나무·느티나무들 가운데 수령(樹齡)이 오래된 교목들의 나뭇가지를 잘라 내어 수형(樹形)이 볼품없는 나무로 만들거나, 관리를 잘못하여 말라 죽게 하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파트 단지의 수목관리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거나 수령이 오래된 교목들을 마을나무로 지정하여 보호수에 준하여 관리하도록 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도시숲을 지켜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일은 거창한 일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의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