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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탁은 다국적 곡물 기업이 차린다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KBS는 ‘오늘 당신 식탁의 60%는 다국적기업이 차렸습니다’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2022년 11월 5일 9시 뉴스를 통해서다. 국제곡물시장은 ABCD라는 4개 메이저기업이 80%를 장악하고 있다. A는 ADM(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B는 BUNGE(벙기), C는 Cargill(카길), D는 LDC(루이드레퓌스)를 말한다. 이중 루이드레퓌스 컴퍼니(LDC)만 프랑스 기업이고 나머지 3개는 미국의 곡물유통기업이다. 이들 곡물기업은 짧게는 100년, 길게는 200년의 역사를 가졌다.

 

문제는 이들이 세계 곡물 유통의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들을 통해 60%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현지에서 곡물을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운송까지 일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말이 좋아 담당이지 사실상 곡물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쌀이 남으니까 곡물의 자급도가 60~70%는 될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을 차리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곡물은 쌀도 밀도 아닌 옥수수다. 2020년 옥수수 1,165만 톤이 국내에서 소비됐다. 우리나라 연간 곡물 수요량(2,132만 톤)의 55%를 옥수수가 차지하고 있다. 식량으로 소비하는 쌀은 300만 톤도 채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옥수수 99%가 수입이다. 옥수수는 대부분 가축 사료로 쓰이는데 육류 1kg을 생산하려면 옥수수 7kg이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만 사료용 옥수수 961만 톤을 수입했다. 이밖에 밀 333만 톤, 쌀 47만 톤을 수입했다. ‘쌀이 남는다’고 아우성을 치면서 정작 47만 톤을 수입한 것이다. 쌀 수입의 대부분은 미국산인데 이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할 당시의 약정에 따른 의무조항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의 밥상은 농민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이들 4개 곡물메이저의 손아귀에 달려있다. (KBS 9시 뉴스에서 인용함).

 

지난 4월 13일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회로 돌려보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77표, 반대 112표로 부결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석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려면 이론상 야당 의석이 3분의 2가 넘어야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와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은 이면에는 야당이 제아무리 민생법안을 들고나와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여당 역시 그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 100여 석을 간신히 넘긴 의석을 갖고서는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좋은 법안이라 해도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반대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근거로 쌀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매수(買收)하게 되면 농민들의 도덕이 해이해져 너도나도 쌀농사를 지을 것을 염려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의원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년 국민의 혈세 1조 4000여억 원이 들것도 걱정했다. 2023년 국가예산은 638조 7000여억 원이다. 1조 4000억 원이면 국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218%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리 농민은 미국의 농축산물 수입개방 압력에 시달리면서 쇠락을 거듭해왔다. 농축 수산물 전 분야에 걸쳐 수입규제 장벽이 철폐되어 겨우 남은 게 쌀농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았듯이 국제곡물시장은 석유시장 만큼이나 변동 폭이 크다. 만약에 한국이 수입하는 곡물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4개 곡물메이저가 담합 한다면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닥칠 수도 있다.

 

전체 예산의 0.218%에 불과한 돈을 갖고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져온 농민을 대상으로 국민혈세 운운하는 자질(資質)과 양식(良識)이 의심스럽다. ‘전쟁을 겪어 봐야 쌀 귀한 줄 안다‘고 했다. 지금은 쌀이 커피보다도 못한 존재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지만 전쟁이라도 난다면 금보다 귀한 것이 쌀이다. 자나 깨나 안보 타령하는 정치인들은 쌀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