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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 카르텔… 토건·법조·족벌언론 카르텔은?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이권,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라는 대통령의 2024년도 신년사는 위험하다. 카르텔이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기업 간의 ‘경쟁 방지 또는 완화를 위한 신사협정’을 의미한다. 사회적 약자들은 서로 단결해서 ‘조합’을 만들 수 있을 뿐 ‘카르텔’을 만들 수는 없다.우리 사회 카르텔의 가장 중요한 축은 토목건설 카르텔이다. 그들은 개발 성장 시대에 불도저로 밀어대며 부수고 짓는 일을 반복했다. 토건 세력은 이렇게 해서 부를 축적했고, 그걸 방패막이하기 위해 거대 세력을 끌어들였다. 법조 카르텔과 족벌언론 카르텔과의 제휴이다.

 

일부 유튜버들의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도 참혹할 지경이다. 극히 일부라고 하더라도 종교인들의 설교도 살벌하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사탄과 악마에 가까운 존재라고 외쳐댄다. 빛과 소금의 말씀이 아닌 혐오와 배타, 증오와 갈라치기는 저잣거리의 외침보다 사납게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패거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국론 분열이다. ‘패거리’는 ‘패(牌)’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차별과 비하, 적대 의식’이 담긴 언어이다. 국가 최고 통치자가 국민의 일부를 ‘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국가 공동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대통령의 말은 국가를 상징하는 말이며 역사의 증표가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 신년사 이후에 야당 대표가 백주에 칼로 목을 찔렸다. 목은 치명적인 신체 부위다. 칼이 1cm만 방향을 틀었거나 더 깊이 들어갔어도 치명적인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들은 여당 집회에서 당원 일부가 ‘환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고, 일부는 ‘자작극’이라고 소리쳤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종이칼로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는 유튜버의 주장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 8위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용한 헬기를 특혜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다수의 지지를 받는 인물에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시에 나타날 국가적 차원의 선제 대응이다. 이런 인물의 응급 이송을 위해 헬기가 뜬 것을 정치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딱하다.

 

조광조는 한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개국공신의 후손으로 한양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미하거나 새로운 신진세력 출신이 아니었다. 조선 최고의 엘리트였던 그는 34세의 다소 늦은 나이로 등장했고, 3년 만에 당상관으로 승진했다. 조선의 역사에서 유례없이 빠른 승진이었다. 조광조는 건국 이후 누적된 조선의 여러 현안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절대 권력을 누렸던 훈구파들은 결사적으로 저항했고, 중종은 조광조를 제일 먼저 버렸다. 개혁은 고작 4년을 넘기지 못했다. 홍경주는 후궁인 자기 딸을 이용하여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고 나뭇잎에 썼다. 이 글자를 왕에게 보여주고 ‘주(走)와 초(肖)를 합하면 조(趙)가 되므로 조광조가 역모를 준비한다고 모함했다.

 

1519년 11월, 기묘사화는 조선의 각종 폐단을 척결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기묘사화의 본질은 분명하다. 중종과 일부 훈구대신들이 삼사를 거점으로 일련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던 신진 사림들을 숙청한 사건이었다.

 

훈구 세력들이 젊은 개혁파를 없애야 하는 원인은 명확했다. 조광조는 사사(賜死)되고 개혁 세력들은 족집게처럼 제거됐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 조선은 70여 년 후 임진왜란으로 모든 것을 잃을 뻔했다.

 

족 하나,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을 “남아이십미득국(男兒二十未得國)”으로 고쳐서 남이를 죽게 한 이는 유자광이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없는 일을 꾸미는 것은 간신들의 주특기였다.

 

족 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