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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 이라는 모란

에세이 나들이/박청자/경기 한국 수필가 협회 회장

꽃을 좋아 하는 것을 아는 친구가 모란’牧丹’을 한아름 가져다 안겼다.

다섯 송이 인데 워낙 탐스러우니까 한 아름이나 되기에 백자 항아리를 가져다가 꽂아 작은 뒤주 에 올려놓아 감상을 하며 바라보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고 하더니 몇일 안 되었는데 노란 속 술만 남긴 채 낙화 되어 바닥에 수북이 쌓여있다.

우리 집 뜰에도 모란꽃이 무더기로 나와 피어 있지만 차마 꺽지 못하고 감상만 한다.

봄에만 피는 꽃으로 꽃대가 길게나와 밤톨만한 망울이 터지면서 우아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목작약’木芍藥’ 부귀화’富貴花’라고 하는 화왕 이라는 꽃이다.

국색천향 ‘國色天香’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그 옛날에 불리워 지기도하고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에 왕실에서 선호해 사용했다는 꽃이다.

뿌리는 약재로 쓰인다고 하지만 실은 꽃에 독성이 있어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풍성하고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기에 옛날 청자, 백자에 장식 문양으로 애용 했던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 부귀다남’富貴多男’ 미인에 상징과 소망으로 서민들 까지 친근한 민화로 부부화합’夫婦和合’에 의미로 그림을 그려 길상’吉祥’으로 선호했었다.

호암 미술관에 민속화 모란꽃 전시화가 있어 가서 보았다. 들어가는 입구에 대형 목숨 수’壽’자에 모란꽃 으로 많은 꽃을 그려 액자로 장식해 걸어 놓았다.

모란화에 초충도’草蟲圖’ 화조도’花鳥圖’를 넣어 그린 그림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탐스럽고 화려한 이 꽃은 동양인들이 더 선호 하는듯하다.

더욱이 왕실에서 좋아한 이 꽃은 벌 과 나비를 못 오도록 자기 몸을 보호하는 꽃이라 더 사랑했다고 한다. 아무거나 받아 드리지 않는 고귀함이 겸비해 있다는 기품있는 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림에는 나비 와 벌 등 초충도를 넣고 화조도를 넣어 화려하게 액자나 병풍을 만들어 왕실에서 사용하고 민가에서도 혼례, 대례 때에 사용 했던 것이다.

지난해 일본 온유회10주년 기념행사에 갔을 때 그곳에서도 이 꽃을 좋아해 행사에 쓰는 내빈에게 꽃싸지를 생화로 만들어 꽂아주지 않고 모란으로 만든 조화를 쓰고 있었다.

이것을 다음 행사가 있을 때에 다시 사용하려고 손님들로 하여금 행사후 반환을 하게하는 것이다.

생화로 만들어 쓰면 좋기는 하지만 한번 쓰고 버리게 되는 낭비를 없게 하려는 검소한 내핍 생활을 보면서 존경스럽기 까지 했다.

우리도 단체 행사를 할 때에 손님들에게 예쁜 꽃싸지 를 조화로 부로치를 만들어 옷에 달아 장식품으로 쓸수 있게 오신 귀빈에게 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원래 중국이 원산지라고 하는 모란은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를 거치는 동안 왕실에서 일반 백성에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던 꽃이다.

꽃 중에 왕이라는 이 꽃도 10일을 못 참고 속절없이 저버리는 것을 보면서 영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