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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치과의사의 꿈을 이룬 여중생

성민혜 동백예치과 교정원장


아이들 교정 상담을 하다보면 치아 상담이 아닌 진로상담(?)을 할 때가 있다.

어머님들이 가끔 어떻게 공부해서 치과의사가 되셨어요? 라고 물어보시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지금은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갖겠다고 결정하기 보다는 아이가 어떤 일에 소질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 합니다”라고 원론적인 얘기로 대답을 대신하곤 하는데, 돌이켜보면 지금의 내가 교정치과의사가 된 것에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긴 했다.

소위 말하는 타고난 건강한 치아를 가진 나는 치과를 가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때 ‘토끼이빨’이라는 별명으로 처음 치과라는 곳을 가게 되어 2년 동안 교정치료를 받으면서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내 머리뼈 X-ray 사진, 그 위에 그려진 수많은 선들과 그림들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된다. (지금은 모두 디지털화 되어 손으로 그리는 일은 없지만) 장치를 붙이고 한 달에 한번 치과에 가서 철사를 조이고 바꾸고 하는 동안, 그 하나하나를 매우 주의 깊게 보았던 것 같다.

지금이야 인터넷의 영향으로 브라켓이니 와이어니 하는 단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20년 전 그런게 있을리 만무하니, 선생님들끼리 주고받는 말들을 통해 내 치료의 과정을 나름대로 유출하며 재밌게 치료과정을 보냈다.

한번은 선생님께 “오늘은 하악은 안하나요? 하고 여쭤봤다가 선생님의 실소를 자아냈던 일도 있었다 하악이란 아래턱을 뜻하는 말인데 그때는 정확한 말의 뜻도 모르면서 들은 대로 말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치료할 때마다 선생님의 손에서 났던 상큼한 비누냄새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소독의 개념으로 보면 글로브를 끼셨어야 했지만, 그때는 그런 건 몰랐고 지금 남아 있는 건 향기의 이미지....

어쨌든 교정치료를 무사히 잘 끝났고, 이십년 전 교정치료를 받았던 여중생은 어느덧 10년차 치과의사가 되었다.

며칠 전이 스승의 날이었다. 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보다도 내게 치과의사로서의 멘토가 되어주셨던 그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싶다. 문의 031-679-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