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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인터넷 세상, 그 거스를수 없는 큰 물결

김인호 | 동백미즈산부인과 원장고려대학교 산부인과 외래교수, 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역임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랑 싸운다”. 요즘 최고의 이슈인 촛불집회가 시작되고 발전되고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인터넷’ 이며 국민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의 힘에 대해 많은 미디어 매체나 전문가들이 주시하고 분석하며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 여론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걸 보았는데 한편으론 그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결국 이 큰 흐름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과 이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합리적인 흐름이 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라는 생각입니다. “노무현은 기존 보수 언론과 싸웠고, 이명박은 새로운 언론 - 인터넷과 싸운다”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가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광고나 인터넷의 흐름에는 거의 문외한이었고 물론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병원홍보실에서 하는 브랜드파워 키우기, 언론 홍보 및 광고전략등을 보면서 막연히 그 중요성을 느끼는 정도였습니다.

그 후 1년 정도 여성병원에 근무 할 때 병원장이 ‘00맘’등 인기 있는 인터넷 카페에 대단한 관심과 촉각(?)을 세우고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작전세력’을 동원해서 병원홍보나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병원을 개원하니 무수한 광고매체나 홍보방법들이 있는 것에 놀랐고 또한 많은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방문을 받고 효과적인 광고나 홍보에 대해 선택의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던 예전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의료업은 독점적 지위에서 의료제품의 공급과 서비스의 흐름을 통제하여 이윤을 높이는 활동만 신경 쓰면 되었지만 1980년대부터 상황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자 권리 중심에서 소비자 권리 중심으로 이동하였고 의료업계도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 개발에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고객과 소비자를 ‘프로슈머(prosumer)’ 라고 지칭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기술하였는데 프로슈머란 프로듀서(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입니다. 현대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그 중에서도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광고나 홍보에서도 오프라인(인터넷이나 전자통신 이외의 광고들)보다 온라인의 광고가 점 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느 병원의 신규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인터넷을 보고 내원하였다는 비율이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나 된다고 조사되었습니다.

예전엔 개개인간의 소통(입소문)을 통해 병원에 대한 정보전달이나 소문들이 알려졌는데 지금은 인터넷 동호회, ‘○○맘’, ‘△△임산부카페’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병원에 대한 평가나 개인적인 견해들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그 영향력 또한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물론 근거 없는 비난이나 무책임한 비판, 객관성의 결여, 법적인 제제의 한계,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소위 ‘작전세력(?)’들의 활동 등 여러 문제점도 있지만 인터넷 세상의 큰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 고객과 소비자의 면만이 아닌 인간적인 관계 설정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변함없는 밑바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젠 병원도 ‘초중고’와 싸우거나 불만을 토로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이 큰 흐름에 동참하고 나아가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의)031-8006-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