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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부모된 마음

최현식 | 대한치과보철학회 인정의동백예치과 대표원장

치과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파노라마란 엑스레이를 찍는다.

신기하게도 입속에서는 볼 수 없는 치아 뿌리의 모양, 턱뼈의 모양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젖니가 흔들려 오는 아이들에게도 이 파노라마가 꼭 필요한데 젖니 밑에 영구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보호자들은 “아이의 젖니 안쪽에서 이가 나와요? 너무 늦게 온 것 아니예요?” 하면서 걱정을 하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엄마나 아빠에게 “영구치가 이 안쪽에서 나오더라도 공간만 있으면 혀가 밀어서 앞쪽으로 나오게 됩니다”라고 아주 기본적인 얘기로 마무리를 한다.

예전 같으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별일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 했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부모 된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나에게는 일곱 살, 여섯 살 된 연년생 두 아들이 있다.

먼저 둘째 아들의 이야기를 하면 유치 앞니가 선천적으로 나지 않았다. 유치 앞니가 4개여야 하는데 3개뿐이다. 영구치는 있겠지 막연한 기대를 가져봤지만 5살 때 찍은 엑스레이를 보고 큰 실망을 했다.

역시나 없는 젖니 밑에 영구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요즘은 턱뼈가 작아지는 추세여서 멀쩡한 이도 희생시키면서 교정도 하는데 하며 위안을 삼은적도 있다. 어쨌든 부모 된 마음으로 아이에게 미안하다.
이번에는 큰 아들 이야기이다. 둘째와는 다르게 없는 유치는 없다. 그래서 유치를 안 썩게 유난히도 열심히 이를 닦였다. 다행이 현재 썩은 유치는 없다. 그러나 얼마 전에 6세 영구치가 유치 맨 끝부분에 나기 시작했다. 다 올라오면 예방치료를 해줘야지 이렇게 생각했었다.

예방치료를 하려고 치아를 검사하는데 다 올라오지도 않은 영구치의 색이 이상했다. 그래서 그 부위를 제거하니 예방치료를 하기에는 너무 치아가 상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레진 치료를 하는데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평생을 써야 되는데... 다행히 나머지 3개는 예방치료로 마무리를 하였다.

요즘은 어떤 원인인지 모르지만 정상으로 된 것이 당연한데 의외로 정상을 벗어난 것이 많이 발견된다. 영구치가 몇 개씩 없다거나, 아니면 필요 없는 과잉치가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이들의 엑스레이를 보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영구치의 개수를 세는 것이다. 다행히 개수가 정상이면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한다.

얼마 전 7살 여자 아이의 과잉치를 2개 뽑는 날이었다. 그 전에 어머니에게 치과용 CT를 찍어 그래도 입천장 가까이 있으니 너무 걱정 하시지 말라고 전했다.

수술 날 어머니께서 약간은 불안하고 어두운 표정이셨다. 옆에 계시다가 “잘 부탁드립니다.” 하는 것이었다. 내게 부모의 마음이 없었다면 형식적으로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씀을 드려서는 어머니의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없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제 아이 치료하는 것처럼 최대한 안 아프게 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도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이러시면서 진료실 밖으로 나가시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이의 협조도가 좋아 아무런 문제없이 두개의 과잉치를 뽑았다. 다음날 소독하러 왔을 때 얼마나 씩씩하던지, 그리고 나에게 방긋 웃어주는 게 아닌가? 나의 진심이 아이와 엄마한테 어느 정도는 통한 것일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의 부모 된 마음도 점점 커져감 을 느낀다. 031-679-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