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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자전거 쾌적도시 용인(?)

민학기 | 변호사

나는 지난 봄 총선거가 끝난 후 자출족으로 새로 출발했다. 보정역 부근에서 신갈을 거쳐 수원 변호사사무실까지 11km를 승용차로 가면 20분 정도 걸리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도 30~40분이면 충분하니 나처럼 바쁘게 사는 사람이 따로 운동시간을 할애하지 않더라도 적당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옥 같은 고유가시대에 유류비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영흥동 한국화장품 앞까지 10km는 용인, 나머지 1km만 수원이니 나도 용인시에 할 말이 있다.

지난 해 수지에서 태광골프장 입구까지 새 도로가 개통됐다. 코스모스 흐드러진 산속 길을 시원하게 달리면서 마시는 자전거 타는 맛은 그만이다. 그런데, 삼막곡 터널 앞에 이르면 인도가 끊어져 버리고 없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차도로 내려서서 자동차와 함께 달릴 수밖에 없다. 영동고속도로 위 높이 50미터 가량의 교량 위를 달리다 보면 스릴을 넘어 아찔하기까지 하다. 자전거전용차로는 커녕 인도마저 없으니 고속도로처럼 달리는 자동차와 함께 시쳇말로 목숨 걸고 달려야 한다. 게다가 가드레일 높이가 1미터 정도밖에 안되니 자동차에 충격이라도 당하면 깔리기 전에 도로 밖으로 튕겨나가 50미터 아래 고속도로에 떨어질 것만 같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목숨을 건 자출족으로 출퇴근한다.

용인시가 금년에 자전거도로 재정비사업비 23억 원을 들여 자전거 도로 및 안내표지판 정비, 자전거 주차장 설치 등을 통하여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내친 김에 자출족의 요구를 읊어보자. 하천변 자전거도로는 레저로 즐기는 시민이나 주거와 직장이 하천변에 있는 자출족에게는 유용하지만, 하천도로를 이용해서 출퇴근할 수 없는 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도 자동차와 함께 차도를 달리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인도 위를 달리면 위법이다. 그렇지만, 목숨을 내놓지 않고는 차량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도 위를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모험을 피하고 싶다. 도로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설치해야 한다. 아니면, 인도에 설치된 전봇대, 공중전화부스, 버스승강대, 적치물 등의 위치를 조정하여 인도에서라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자전거주차장에 자물쇠를 채워놓아 본들, 돌아와 보면 자전거는 온 데간 데 없다. 그래서 학원갈 때나 서울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가도 자전거를 보관할 데가 없어 방황한다. 전철역 인근이나 번화가 근처에 자전거주차장을 설치해 주어야 한다. 그것도 개방형 주차장이 아니라 외국처럼 관리인을 둔 폐쇄형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그 대신 주차요금을 받으면 된다. 개방형 주차장은 금세 버려진 자전거들이 지저분하게 방치된 꼴사나운 모습을 피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 폐쇄형으로 대체될 것이 뻔 하기 때문에 예산낭비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나면 땀을 씻을 데가 없다. 공공건물을 짓거나 근린생활시설을 허가할 때 의무적으로 샤워장을 설치해야 한다.

아,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목숨을 건 질주, 자전거 보관 장소를 찾아 헤매는 고민, 땀 냄새로 김새는 짜증, 이런 것들이 없는 자출족이고 싶다. 용인시가 23억 원의 예산으로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자, 세계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는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많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