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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민 경기도의회 의원 '우렁각시는 괴로워'

우렁각시는 내 어머니의 별호이다. 맞벌이로 일에 쫓겨 사는 딸네 집에 오셔서는 날랜 살림솜씨로 밀린 집안일은 물론 음식을 장만해놓고 표도 없이 훌쩍 돌아가셔서 붙인 별명이다.

은퇴 후에는 내 곁으로 이사와 가까이에서 이모저모 보살펴 주시고 있지만 은퇴하기 전에는 나만큼이나 바쁜 분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어린 아이들을 맡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손주들을 도맡아 키워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쓰러워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사시면서도 짬만 나면 딸네 집으로 달려와 우렁각시의 요술처럼 온갖 집안일과 아이돌보기를 맡아주셨다.

맞벌이하는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과 상황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경기도 황혼육아 실태분석 및 지원방안’을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조부모가 손주를 키우는 황혼육아의 실태와 문제를 잘 짚어주고 있다.

조부모가 영아를 양육하는 도내 맞벌이 300가구 총 600명(조부모 300명, 취업모 300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부모들은 짧게는 주 5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내내 하루 6∼12시간씩 손자녀를 돌보고 있다.

조부모 300명이 돌보는 손자녀는 390명으로 이 중 친손은 55.4%, 외손은 44.6%이다. 390명의 손자녀 중 72명은 할머니가 일주일 내내 돌본다. 손자녀 양육기간은 1년 미만이 41.4%로 가장 많았고, 1∼2년 미만이 31.3%, 2∼3년 17%, 3년 이상도 10.6%나 된다.

하루 평균 손자녀를 돌보는 시간은 9∼11시간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는데, 손자ㆍ손녀를 돌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돌봐달라는 자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기 때문'(25.5%)으로 나타났다.

힘든 손자녀 돌보기를 하는 조부모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복수응답)에 가장 많은 47.3%가 '손자녀 돌보느라 힘들 때 자녀가 위로해 줬으면'이라고 답해 자녀의 따뜻한 관심과 위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히려 손자녀에 대한 양육방식(39.7%)과 양육시간(32.2%)을 두고 자녀ㆍ며느리와 갈등을 빚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때 어머니에게 따뜻하게 고맙다는 인사는 제대로 하고 살았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팍팍한 살림핑계대고 꼴 난 용돈 드리면서 생색내었던 것은 아닌지 늦은 반성을 해 본다.

전반적인 육아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머니만큼 마음 편하게 아이 맡길 수 있는 양육대리자가 또 있으랴.

그렇다면 손주들 돌보느라 등골 휘는 황혼의 괴로운 우렁각시들을 위해 전향적인 사회적 지원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