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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35

신에 대한 두려움과 경이로움에 관하여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 저자 : C.S. 루이스/ 출판사 : 홍성사/ 정가 : 17,000원


단 1%의 가식없이 꾸밈없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린 모두가 조금씩은 위선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인 C.S 루이스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 걸작품이라고 칭한 작품이다. 잘 알려진 신화를 각색해서 소설로 구성했기에 그의 다른 모험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듯 하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으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룬,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큐피트와 프시케의 신화’를 토대로 재해석했는데, 프시케를 파멸로 이끈 것은 질투가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언니인 오루알이 프시케를 찾아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그 사랑이 프시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베일에 얼굴을 감추어야만 했을만큼 추녀인 굴룸의 여왕 오루알은 아무에게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안의 어떤 죄의식을 벗고 신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우리의 진짜 얼굴을 찾을 수 있다는 신화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신을 부정했던 오루알이 신 앞에 용서를 구하자 프시케처럼 아름다운, 신에 가까운 얼굴로 변한다. 물론 여기서 종교적인 부분을 어디까지 수용할까 하는 것은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신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보류하고, 보다 본질적인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자.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는 것의 의미를 새기면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오루알의 여정을 통한 결론은 베일속에 숨겨진 우리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본래의 얼굴을 찾는 길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얼굴을 가졌음에도 그것은 근원적인 원형의 얼굴이 아니므로, 진정한 자아를 감추고 있으므로 진정한 자신을 찾으라는 것이다. 내 안에 숨어있는 또 다른 내가 진짜 ‘나’라는 걸 우리 스스로는 잘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