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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36

   
최은진의 BOOK소리 36
옥탑방 네 남자의 찌질한 삶
망원동 브라더스
◎ 저자 : 김호연 / 출판사 : 나무옆의자 / 정가 : 13,000원


여름 더위를 잊게 해줄 만큼 재미있다. 읽을 때는 별 생각없이 술술 넘어가지만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무겁지 않고 유쾌하지만, 이 시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무명만화가 영준의 망원동 8평 옥탑방에 어느 날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들과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20대 만년 고시생, 30대 백수, 40대 기러기 아빠, 50대 황혼 이혼남까지 이 찌질한 네 남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름의 이유로 옥탑방에 모여들게 된 네 명의 남자들은 정말 죽자 살자 되는 일이 없다. 그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 후 조용한 날 없이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데 보는 사람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처음엔 재밌다가 여기저기서 깨지는 ‘망원동 브라더스’의 현실은 슬프다가 나중에 흐뭇해진다.

영화, 소설, 만화를 넘나드는 전천후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저자 김호연는 영화 <이중간첩>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실험인간지대>라는 작품으로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편집장으로 남의 소설만 만지다가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되고, 이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한다. 타고난 이야기꾼답게 참신한 유머와 발칙한 문체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시대의 루저들이 모여 통쾌한 반전은 없지만, 느리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꾸려나가는 결말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더 좋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반전으로 말도 안 되게 행복해지는 이상적인 결론이었다면 이 소설의 매력은 확 떨어졌을 테니까. 비현실적인 삶에 우린 위안을 얻을 수 없으므로……. 이 매력적인 소설이 연극으로도 올 여름 공연된다고 하니 관람하는 것도 괜찮겠다. 이 더운 여름, 좁은 옥탑방은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원한 웃음 한번 크게 터트릴 수 있을 거다.